하정우 "여진구, 아가아가할 줄 알았는데…불덩이 같은 느낌" (인터뷰①)

'하이재킹' 하정우 인터뷰
여진구에 직접 출연 제안 "매일 밤 와인 먹으며…"
/사진=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배우 하정우가 '하이재킹'의 비공식 캐스팅 티렉터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동욱에 이어 여진구까지 그의 입김이 안 미친 곳이 없다.

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하정우는 영화 '하이재킹'에 여진구를 직접 캐스팅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하정우는 지난해 방송된 tvN '두발로 티켓팅' 촬영 당시를 꺼냈다. 그는 "처음에 주지훈이랑 저랑 나머지 누구를 캐스팅할까 회의하다 여진구가 대학 후배기도 하고 롤모델 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이야기를 예능으로 풀어내면 어떨까 하다 '두발로 티켓팅'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하이재킹' 용대 역 캐스팅 중이었는데 끝까지 여러 후보가 있었다. 몇몇 배우를 만나 리딩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여진구 얘기가 나왔고, 마침 예능을 같이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내가 슬쩍 냄새를 맡아 보겠다고 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여진구는 몰랐다. 제가 '하이재킹' 감독과 제작진을 만날 때마다 '진구 괜찮은 것 같다. 돌아이 같기도 하고, 용대 눈 돌아가는 것만 뽑아내면 설득력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하정우는 여진구에 대해 "아가 아가 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웨이트도 많이 해서 그런지 덩치도 좋고 불덩이 같은 느낌이더라"라며 "이 정도면 비행기 납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두발로 티켓팅' 촬영을 시작한 인천공항, 하정우는 여진구에게 '하이재킹' 이야기를 꺼냈다고. 그는 "친구야, 이런 영화가 있는데 우리가 급하다? 고 말했다. 그랬더니 진구는 '형 감사합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사무실로 시나리오 보내주세요'라더라. 일단 물어버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래서 여진구는 '하이재킹' 캐스팅 막판에 합류하게 됐다고. 하정우는 "용대는 22살이다. 실존 인물은 왜소해서 어떻게 비행기를 납치하나 싶은 모습이다. 의아함이 있었다. 감독과 제작진이 신중하게 오랫동안 용대 역을 찾았다. 시간을 끌다가 결국 여진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두발로 티켓팅'에 가서도 하정우는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예능 찍기도 바쁜데 영화 얘기 계속 꺼내기도 뭐하고 그래서 가서 진구랑 매일 밤 와인을 먹었다. 영화 얘기 안 하고, 진구 필모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작품 참 재밌게 봤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 정도면 '가스라이팅' 아니냐고 묻자 "진구는 독한 애라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영화를 통해 여진구는 생애 첫 악역에게 도전하게 됐다. 하정우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고 귀띔했다. 그는 "충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캐릭터의 감정으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했다"며 "진구와 나이 차가 좀 있지만 친구처럼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성동일 형이 먼저 해주셔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장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7' 박종철 열사 연기를 할 때 진구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며 "'화이'도 굉장히 좋은 작품이지만 그 눈빛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앞서 하정우는 '국가대표'에 함께 출연했던 김동욱에게도 먼저 제안해 '하이재킹' 출연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극 중 태인의 아내 역은 임세미가 출연한다. 임세미는 채수빈의 추천으로 출연 제안을 넣고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카메오로 출연한 김선영도 '제수씨' 황보라 덕이었다. 그는 "임팩트 있는 역할이라 중요했는데 예전 아티스트 컴퍼니 있을 때 정우성 형이 김선영 선배 연극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누나가 해주면 되겠다 싶었다. 황보라도 '선영 언니가 오빠랑 작품하고 싶다고 했어'라고 전했다고. 그래서 보라에게 연락처를 받아 문자를 보냈다. ''하이재킹' 2회차 나오시는 건데 선배님이 파이팅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응답하라' 때 성동일 형과 함께해서 연락을 또 드렸고 그렇게 성사가 됐다"고 했다.
/사진=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쳐스
하정우는 '하이재킹'과 같은 촬영 현장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는 "'비공식작전'이나 분위기 좋은 작품들은 합숙도 하고 그런다. '하이재킹'은 세트장에 60명이 매일 똑같이 출근해 똑같은 옷을 입고 하루 세 끼를 먹는다.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하고 9시에 다 같이 퇴근했다.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았다. 새벽 4~5시가 콜타임이라 삐뚤어질 수도 없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하이재킹'은 한반도의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다. 하정우는 여객기 공중 납치라는 일촉즉발의 상황, 도망칠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성한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이 출연한 '하이재킹'은 오는 21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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