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해도 月 1300만원 통장에 따박따박…뒷목 잡게하는 '이곳' [이슈+]

원 구성 갈등에 제구실 못하는 국회
상임위 반쪽 났는데 세비 따박따박
제22대 국회의원 배지. /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가 여야 간 극한의 정쟁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원 구성 갈등으로 반쪽짜리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등 국회가 제구실을 못 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 30일부터 '국민 혈세'로 주는 세비(歲費)는 꼬박꼬박 계산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동시에 일부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의원 급여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사무처가 공고한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 등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약 1억5700만원이다. 지난해(약 1억5400만원)보다 1.7%(약 300만원) 오른 셈이다. 구체적으로 일반수당 월 707만9000원, 관리업무수당 63만7190원, 상여금 1557만5780원, 명절 휴가비 849만5880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 특별활동비 78만4000원이다. 이를 통해 의원들은 매월 1200~13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이런 세비는 사법 문제로 구속돼 의정 활동이 불가능한 의원들에게도 특별활동비를 제외하고 지급된다. 형사사건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의원 신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윤관석, 이상직, 정정순, 정찬민 전 의원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수당을 받았었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구속 시 세비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약을 쏟아냈지만, 아직 법제화하진 않았다.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역시 원 구성 난항으로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는데도, 세비는 꼬박꼬박 계산되고 있다. 물론 22대 국회만 이런 것은 아니다. 14~21대 국회의 평균 원 구성 소요 기간은 45일이었다. 22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에 45일이 걸릴 것으로 가정하고 의원 300명의 1인당 세비를 1300만원으로 계산하면 혈세 58억5000만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는 것을 의식한 22대 국회에서도 '무노동 무임금' 등 내용을 담은 법이 발의되고 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금고 이상 형 확정 시 재판 기간의 세비와 수당을 반납하는 의원수당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의원 세비를 불참 일수 1일당 10%씩 삭감하도록 하는 의원수당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지난 총선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직이기에 국민 중위소득 수준의 세비를 받자"고 제안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시 집권여당의 당권을 잡게 될 경우 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일지도 주목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4인 기준 중위소득은 월 573만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6876만원이다. 이는 의원 연봉 대비 약 9000만원 적다. 당권 도전이 유력한 한 전 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총선 과정에서 국민께 약속했던 특권 폐지 정치 개혁 과제들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했었다.
사진=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 급여를 반으로 깎아야 한다. 연봉 1억5700만원에 유류비 지원이나 정책 홍보를 위한 문자 발송비로도 1억원이 넘게 추가로 주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 의원 급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다. 반면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의원 연봉은 1인당 GDP의 약 2배 수준"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21대 국회에서 '국회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이 이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경실련은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과 상임위 출석률은 각각 92.0%, 상임위 출석률은 92.1%를 기록했다"며 "국회 전체 예산을 출석률에 연동시킬 경우 현재 470억7000만원의 세비 예산을 433억330만원∼443억5147만원으로 줄여 약 37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