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여왕의 귀환… "당신이 얘기를 들어줬다면 죽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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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여름휴가를 떠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 정해연의 <용의자들>. 제목처럼 한 여고생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용의자들의 이야기다. 누가 범인일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점점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읽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
정해연 장편소설(위즈덤하우스, 2024)
나는 분명 무엇도 급할 것 없는 휴일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면서 긴박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끝을 향해 달렸나, 하고 두 시간 만에 마지막 장을 넘기며 조금 민망해지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스릴러 읽기의 묘미 아닐까. <유괴의 날>과 <홍학의 자리>로 이미 든든한 팬덤을 보유한 “스릴러의 여왕” 소설가 정해연이 이번 계절 또 한 번의 홈런을 날렸음은 분명하다, 라고 생각했다.유정이 사라졌다.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막상 이런 뉴스를 마주하니 머릿속이 멍해졌다.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하는 것과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차이가 컸다. (p. 8)
실종되었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고등학교 3학년생 현유정. 사건의 용의선상에는 유정에게 소중했던 여러 사람이 올라간다. 최근 결별한 남자친구, 소원해진 절친, 사건 당일 상담을 거절한 담임, 보험금을 탈 부모……. 의심스러운 구석들이 있지만 다들 빠져나갈 알리바이 또한 있다. 소설의 소제목을 하나씩 차지한 이들은 각자 형사에게 다 털어놓을 수 없는 사연을 숨기고 있고, 저마다의 어둠이 이 사건에 어떤 지분을 가졌는지에 따라 이야기 위로 긴장감의 파도가 몰아친다.“하지만 당신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유정이는 죽지 않았겠지!”
[……]
“당신이 뭐라고 이래! 이혼하고 나서 유정이랑 같이 살지도 않았잖아!”
갑자기 사위가 조용해졌다. 그 침묵이 혜옥을 더 나아가게 만들었다.
“왜? 보험금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pp. 63~65)한동안 이런 불만을 많이 들었다. 무구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착한 소설’이 너무 많다고. 누군가의 선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세계라서 더 그랬던 건 아닐까 생각했고, 여전히 나는 이상의 가능성을 점치는 소설의 힘도 믿는다. 하지만 <용의자들>은 평범한 악인들의 시너지를 터뜨려 보이는 잘 설계된 소설이자, 지금 우리의 가장 리얼한 어둠을 비추는 ‘좋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놀라운 속도로 결말에 이르렀지만, 유정에게 잔인했던 세상을, 이 추하고도 인간적인 오늘을 오래오래 생각했다.
최지인 인플루엔셜 래빗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