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위원장, 사상 초유 '당선 무효' 사태…판정 이유는?

효력 중지 가처분 냈지만 '기각'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 4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윤석구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에게 내려진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무효 결정이 효력을 유지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윤 위원장은 사실상 금융노조 위원장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금융노조 위원장이 임기 중 당선무효 결정을 받은 것은 금융노조 설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이날 윤석구 위원장이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을 상대로 신청한 '당선무효결정 효력 정지 및 재선거 실시금지' 신청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박홍배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지난 4월 보궐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윤 위원장은 총 3만4762표(득표율 51.8%)를 얻어 위원장에 당선됐다.하지만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윤 위원장이 선거 운동 기간 도중에 진행됐던 KEB하나은행지부 교육기간 동안 참가자들에게 △300만원 상당의 경품 제공 △분회장들 대상으로 고급비타민 선물 지급 공표 등 기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 당선무효 결정을 내리고 재선거를 공지했다.

이에 반발한 윤 위원장이 법원에 당선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재선거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 금융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선무효 결정 이후에도 윤 위원장은 금융노조 사무실을 점유하고 직무 수행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법원에서 "지부 교육에서 이뤄진 경품 제공은 선거와 무관하게 하나은행지부가 통상적으로 제공해왔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윤 위원장은 선거권이 있는 하나은행 지부의 분회장들에게 공직선거법에서 허용된 가액을 넘는 경품을 제공했다"며 "노조 대표자가 노조·사용자의 예산을 이용해 선거 기간에 기부행위를 한다면 정책과 강령에 대한 평가가 아닌 노조의 예산 사용 등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꼬집었다.윤 위원장은 금융노조 선관위가 노조 선거관리 규정에도 없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규정을 해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노조의 선거관리 규정에 관한 해석과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기각 결정에 따라 금융노조는 예고된 대로 17~19일 위원장 보궐선거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 재선거에는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했으며 재적인원 과반수 투표에 투표인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당선된다.

곽용희/ 민경진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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