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속철' 우즈베키스탄 달린다…"KTX 20주년 만에 첫 수출"

한국형 고속철도가 우즈베키스탄을 달리게 된다. KTX 개통 20년 만에 국내 고속철 차량을 해외에 수출한 첫 사례가 나왔다.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고속철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현대로템과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가 14일 2700억원 규모의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이다. 국내 기술로 제작한 고속철도를 해외로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열차는 2027년 4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첫 운행을 할 예정이다.‘KTX-이음’을 우즈베키스탄 현지 실정에 맞춰 개선한 모델인 ‘UTY EMU-250’(사진) 42량(6편성)이 수출 대상이다. UTY EMU-250은 각 차량마다 동력원이 배치돼 있는 ‘동력 분산식’ 고속철도다. 기존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운행 중인 고속열차는 동력기관이 차량의 앞뒤에 모여 있는 ‘동력 집중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동력 분산식은 동력 집중식에 비해 가감속 성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각 열차 하부에 동력기관이 설치된 동력 분산식은 열차의 머리칸과 꼬리칸도 객실로 활용할 수 있어 수송 능력이 확대된다는 특징도 있다. 예컨대 우즈베키스탄의 기존 동력 집중식 고속철도에는 287개 좌석이 있는데, UTY EMU-250은 최대 389명을 태울 수 있다.

정부는 현대로템의 제작 기술과 코레일의 유지보수 노하우를 패키지로 결합해 이번 계약을 따냈다. UTY EMU-250의 국산화율은 87%에 이른다. 핵심부품인 전장품은 현대로템이 생산한다. 제동장치(유진기공)와 객실의자(대원강업), 승객출입문(인터콘시스템스) 등도 국내 기업이 만든다. 커플러와 에어컨, 전면창, 케이블 등 일부 부품만 외국 제품을 사용했다.국토부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세계 고속철도 차량사업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첫 한국형 고속철도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모로코와 폴란드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모로코와 폴란드는 각각 내년, 2026년에 고속철도를 발주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를 중심으로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민간기업과 총력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고속철도 건설과 차량, 운영으로 이어지는 ‘K-철도’가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