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애도하는 '전쟁 씻김굿'…연극 '연안지대' 오늘 첫 공연

"죽음을 진정 슬퍼하는가 반문…숭고한 매장행위 통해 죽음 이해"
"많은 죽음 앞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애도하고 있는가 반문하게 됩니다. "
서울시극단의 올해 두 번째 레퍼토리인 연극 '연안지대'는 아들 윌프리드가 아버지 이스마일의 시신을 묻을 땅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희곡을 써온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작품으로, 한국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첫 공연을 앞두고 이날 오후 시연과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이스마일 역의 배우 윤상화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한국의 현 상황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상황과 이 작품은 많이 닿아 있다.

우리는 많은 죽음을 야기한 전쟁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갈라져서 싸우고 있다"면서 "죽음 앞에서 우리는 제대로 애도하고 있는가를 반문하게 한다"고 말했다.

윤상화의 지적처럼 '연안지대'는 전쟁 속에서 가족을 잃은 여러 전쟁고아가 등장한다. 전쟁으로 부모와 이웃, 친구를 잃은 뒤 방황하는 인물들이다.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미쳐 방황하던 이들은 죽은 자를 매장하는 행위의 숭고함을 깨닫고 비로소 죽음을 이해하고 슬퍼하게 된다.

작품 자체가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는 '씻김굿'인 셈이다. 김영 연출은 "이들의 아픔은 우리에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어른들이 물려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떠안은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1·2부가 의도적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는 점이 특징이다.

1부에는 아버지 이스마일의 시신을 어머니 무덤에 묻으려는 윌프리드와 그를 말리는 친척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벼운 분위기의 음악과 함께 배우들이 마치 랩을 노래하듯이 대사를 읊는다.

반면 아버지 시신을 고향에 매장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 2부는 매우 진지한 분위기에서 극이 전개된다.

김 연출은 "1부의 전개는 극 전체의 리듬을 잡아가는 저만의 방법"이라면서 "연극에 쓰일 재료들을 관객에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극을 이렇게 진행하겠다고 소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무대 배경을 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민 것도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해 김 연출은 "전쟁은 벌어지는 과정보다는 그로 인해 어떤 것들이 파괴됐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것을 알리기 위해 전쟁으로 파괴되기 전의 아름다웠던 것들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4일 첫 공연을 앞둔 '연안지대'는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