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대표 "아프리카 ODA는 없어지는 돈"…세상 좀 넓게 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2030년까지 100억달러(약 13조7700억원) 수준으로 확대’ 발표에 대해 비판한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그는 “아프리카 무슨 이런 곳에 10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하던데, 그것은 없어지는 돈”이라고 했다. “100억달러씩 원조할 돈은 있으면서 폐업하고 카드론 빌리러 다니는 것 안 보이느냐”고도 했다.

ODA에 대한 기초 상식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개발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지원하는 ODA는 차관 형식의 유상과 무상 방식이 있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100억달러 중 무상은 20억달러고, 나머지는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빌려줄 수 있는 명목상의 최고 한도액이라고 한다. 무상이라도 그냥 없어지는 돈으로 볼 수 없다. 지원 대상국이 사업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타당성을 조사한 뒤 국제 입찰을 진행한다. 우리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좋은 기회가 된다. 외교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아프리카는 인구 14억 명의 거대 시장이고, 희토류 등 세계 광물 자원의 30%가 묻혀 있다는 점에서도 ODA를 발판 삼을 충분한 요인이 된다. 국격 상승 등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웬만한 선진국이 우리보다 몇 배 규모의 ODA 지원에 나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무슨 이런 곳’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ODA 예산의 단계적 증액 공약까지 했다.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은 반대하면서 왜 아프리카를 돕느냐는 말을 하고 싶겠지만, 10대 경제 강국이라면 마땅히 져야 할 국제적인 책무도 있다. 유엔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권장 규모는 0.7%인데, 한국은 0.17%(2022년 기준)에 그쳐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는 처음으로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자부심도 있다. 국가 지도자가 되려 한다면 눈앞의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 하지 말고 세상을 넓게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