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펀드' 수익률 의외로 괜찮네

통일·녹색펀드 반년 수익률 12%
대형 반도체주 편입에 '활짝'
과거 정부 주도로 조성된 ‘관제펀드’가 올 들어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뉴딜펀드를 비롯한 대부분 관제펀드는 정권 교체 이후 외면받으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지만, 최근엔 정책 테마 외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담으며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최근 6개월간 국내 5개 통일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80%로 나타났다. 국내 39개 녹색성장펀드의 평균 수익률 역시 13.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9.21%)와 삼성그룹펀드(3.23%)의 수익률을 뛰어넘었다.통일펀드와 녹색성장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올 들어 급등한 대형 반도체주를 편입했기 때문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남북한 경협주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1호 통일펀드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는 삼성전자(12.62%)와 SK하이닉스(4.44%)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6.27%로 통일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이명박 정부 때 조성된 녹색성장펀드도 마찬가지다. 녹색성장펀드인 ‘마이다스책임투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율이 각각 15%, 7.90%로 가장 높다. 이 상품 역시 최근 6개월간 12.43%의 수익을 냈다.

또 다른 녹색성장펀드인 ‘미래에셋그린뉴딜인덱스’도 5월 13일 현재 삼성전자를 10.5%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도 각각 9.28%, 8.47%에 달한다.관제펀드는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 이후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도 최근 6개월간 12.53%로 나타났다. 증권가 관계자는 “한물간 펀드로 취급받으며 초라한 수익률을 냈던 관제펀드들이 인공지능(AI) 열풍과 밸류업 기대에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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