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 유람선 추억 속으로…'아라호' 사라진다

리버버스 도입에…14년 우여곡절 끝 운항 종료

10월 개항 맞춰 새 선착장 공사
112억 들인 아라호는 민간 매각
운영사와 계약기간 끝났는데도
편의점 영업 등 무단점유 갈등
서울시 "강제철거 방안도 검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가던 한강 유람선 아라호가 14년 만에 사라진다. 한강 수상(리버)버스 선착장을 짓기 위해 서울시가 아라호 임대와 여의도 선착장 운영을 5월 말로 종료하기로 결정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첫 임기 때인 2010년 112억원을 들여 건조한 아라호는 민간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2년 말 아라호 임대사업자에 선정된 업체는 운영 1년 만에 계약이 끝나자 이에 불복해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다.

○14년 만에 운항 끝내는 ‘아라호’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 미래한강본부는 아라호를 매각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강 유람선은 이랜드크루즈가 운영하는 러브크루즈와 로이타니아 두 척만 남았다. 아라호는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과 가장 가까운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다. 2층 구조로 길이 58m, 무게 688t 규모다. 310명(공연 관람 150석)이 승선할 수 있다. 관광객을 태우고 국회의사당 근처 서강대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금, 토, 일 하루 다섯 번 운항해왔다. 결혼식, 영화 상영 등 공연을 위한 시설을 갖춰 가족 등 소규모 단체가 한강을 배경으로 행사를 열 때 자주 찾은 공간이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세븐일레븐), 치킨집 등 부대시설이 있다.아라호는 오 시장 첫 임기 때인 2010년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상징 중 하나다. 여의도와 김포를 잇는 서해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112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아라호는 정식 운항도 못 한 채 5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과거 아라호 민간 매각을 5차례나 추진했지만 가격 등 계약조건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아라호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매각에 실패한 아라호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그동안 한강을 오갔다. 레츠고코리아가 2017년 6월부터 배를 운영했고, 2018년부터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크루즈,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현재 운영회사인 인더라인25는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을 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재작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끝났는데 업체 버텨 ‘골머리’

매각 때까지 아라호는 운항을 멈추고 서강대교 관공선 선착장에 정박해 있을 예정이다. 기존 아라호 선착장 자리에는 오는 10월 운항을 시작하는 리버버스 선착장이 새로 꾸며진다.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을 체결한 인더라인25가 아직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탁업체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 편의점에는 물건이 가득하고 방문객도 꾸준하다. 시 관계자는 “업체 측이 재고를 처리할 때까지만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세 가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1년 임차료로 16억1110만원을 낸 업체는 영업 종료일까지 하루 임차료의 120%를 변상금으로 내야 한다.이성희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수상관리과장은 “업체 임원진과 여러 차례 면담해 이달 말 영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며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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