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우즈베크 간다…현대로템, 첫 수출

현대로템이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철 차량을 수출한다. 2004년 KTX가 개통된 지 20년 만에 첫 수출이다. 업계에서 이번 계약이 30조원 규모의 글로벌 고속철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대로템과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는 1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고속철 공급 및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다. 이날 계약은 윤석열 대통령과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정됐다.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급 동력분산식 고속철 42량(6편성)을 공급한다. 금액으로는 2700억원 규모다. 이들 차량은 타슈켄트~부하라 노선(590㎞) 등에 투입된다.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속철 차량의 첫 수출 사례”라며 “우즈베키스탄의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양국 철도 분야 전반의 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佛서 고속철 기술 받아오던 韓…이젠 30조원 글로벌 시장 노린다
총 42량 공급, 2700억 규모…개통 20년 만에 수출 성공

현대로템의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차량 수주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한 민관 합동 고속철도 국산화 프로젝트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민관 자본이 투입된 고속철 국산화 프로젝트는 1989년 경부고속철도 기본 방침 수립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한국은 당시 프랑스 알스톰으로부터 고속차량 도입 및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알스톰이 핵심 부품 관련 기술을 빼놓고 전수하자 정부와 현대로템은 1996년부터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로템이 2010년 국산 양산형 고속차량 KTX-산천이 영업 운행을 시작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자체 고속차량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이후 현대로템은 여러 차례 해외 수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수주전에는 정부와 현대로템이 모두 총력전을 펼쳤다. 현대로템은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고속철 차량 수출을 위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금융 지원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수출입은행 등에 금융 문제로 수주가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전폭 지원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도 한국 기업이 고속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우즈베키스탄은 2011년 중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고속철을 도입할 당시 스페인 탈고의 차량을 수입했는데 이번엔 현대로템이 탈고를 꺾고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고속철 차량 수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대로템은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폴란드 등 다른 시장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철 수주전에서는 수출 실적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고속철 차량 시장은 차량 생산과 유지·보수 등 애프터서비스 시장을 합쳐 연간 30조원 규모다. 각국에서 고속철을 추가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일찍이 고속철을 깔았던 서유럽 국가들도 차량을 교체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은 알스톰, 독일 지멘스, 일본 히타치 등 소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서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타슈켄트=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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