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음식료株 '빚투' 급증…해태제과 신용잔고 한달새 10배

음식료품 업종지수 26% 급등…신용잔고 증가율 코스피 평균 대폭 상회
전문가들 "추가 상승 여력" vs "라니냐 발생 가능성 선별적 접근"
수출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음식료 종목들에 대한 '빚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15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3일 기준 11억5천900만원으로 한 달 전(1억700만원)보다 10배(983%) 늘었다.

해태제과식품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내 신용융자 잔고 증가율 상위 종목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롯데웰푸드는 신용잔고가 6억8천300만원에서 34억2천700만원으로 한 달 새 402% 늘었으며, 농심홀딩스는 2억6천300만원에서 9억1천1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46% 증가했다.

아울러 크라운제과(164%), CJ씨푸드(163%), 한성기업(141%), 풀무원(128%), 동원F&B(108%) 등 다른 음식료주의 신용잔고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평균 신용잔고 증가율(6.3%)을 크게 웃돈다. 삼양식품의 1분기 면·스낵 해외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83% 증가하면서 'K-푸드' 해외 매출 확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 12일 농심이 수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14일에는 사조대림이 미국에 냉동김밥 36t(톤)을 수출했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1일 롯데웰푸드가 코코아 제과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하고, 같은 날 롯데칠성이 6개 음료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국내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공식품의 가격 매력이 부각돼 국내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업종 센티멘털(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아울러 외식 대비 가공식품 가격의 메리트가 부각되며 국내 물량 수요가 증가하고, 해외 매출 확대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음식료품 업종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26% 올라 업종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 국내 식품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Fn K-푸드' 상승률도 27%에 달했다.

음식료 기업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연구원은 "최근 음식료 업종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음식료 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은 10배로 크게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다"라며 "지난 20년간 음식료 업종 P/E는 13.4배 수준이었고, 음식료 업종은 본래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는 점에서 코스피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음식료 업종 지수 상승은 2011∼2012년 리레이팅(재평가) 시기와 유사한데, 당시 판가 인상과 해외 수출 확대로 2011년과 2012년 음식료 업종 수익률은 각각 22.6%, 25.6%로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며 "과거 리레이팅 시기를 감안할 때 추가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반면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라니냐로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음식료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증되는 상황에서 곡물 가격은 올해 연말∼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곡물 가격 상승은 음식료 기업에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하나 단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에 따른 매출총이익률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보다는 가격 전가가 용이한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의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