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편 선보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주목할 만한 작품들

내달 4일 '러브 라이즈 블리딩'으로 개막…25일부터 예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다음 달 4일 개막한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BIFAN은 전 세계의 독특한 장르영화를 접할 기회다.

이번 영화제에선 49개국 작품 255편이 상영된다.

개·폐막식 예매는 이달 25일, 일반 상영작 예매는 27일부터 가능하다. 해마다 BIFAN 예매에선 화제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영화 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중심으로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추려 봤다.
◇ '러브 라이즈 블리딩'으로 문 여는 영화제…경쟁 부문 초청작 주목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올해 BIFAN의 개막작인 로즈 글래스 감독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이다. 범죄자 집안의 딸로 체육관에서 일하는 여성이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폭력적이고 거친 에너지와 팝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1980년대 범죄 로맨스물의 분위기를 살렸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글래스 감독은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제24회 BIFAN 국제 경쟁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올해 영화제의 국제 경쟁 부문 초청작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인 만큼 우선 주목할 만하다.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대만 출신 랴오밍이(류명의) 감독의 '숨통을 조이는 사랑'이 국제 경쟁 부문에 올라 있다.

강박증을 가진 연인을 견디지 못해 '환승연애'를 택한 남성의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랴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 '괴짜들의 로맨스'(2020)처럼 아이폰으로만 촬영됐다는 점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노르웨이의 테아 히비스텐달 감독이 연출한 '언데드 다루는 법'은 독특한 설정으로 주목받는다.

죽었던 가족이 좀비가 돼 돌아온 상황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 따른 슬픔과 예상치 못한 생환이 야기하는 혼란을 조명하면서 깊은 울림을 낳는다.

프랜시스 갈루피 감독의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와 데미안 매카시 감독의 '오디티'도 국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는 1970년대 미국 서부 지역을 배경으로 인질극 사건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끌고 가는 서스펜스가 강점이다.

'오디티'는 쌍둥이 여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던 골동품 가게 주인이 그 죽음의 비밀에 다가가면서 겪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공포영화다.

충격적인 장면들로 호러 팬들을 끌어들일 만한 작품이다.
◇ 한국 영화 '세입자'와 '에스퍼의 빛'도 눈길
한국 장편 영화 경쟁 부문인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에선 윤은경 감독의 '세입자'와 정재훈 감독의 '에스퍼의 빛'이 눈길을 끈다.

'세입자'는 서울의 어두운 미래를 그린 영화로, 월세로 사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화장실에 이른바 '월월세'를 놓은 사람의 이야기다.

비좁은 공간에서 뒤엉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현실이 겹치며 공포감을 일으킨다.

'에스퍼의 빛'은 10대 청소년들의 현실과 온라인 공간의 판타지를 교차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된다.

공포영화 신작을 소개하는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에선 시라이시 고지 감독의 '사유리'가 주목된다.

이번에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이 영화는 꿈에 그리던 새집으로 이사한 가족이 하나둘 죽으면서 남게 된 할머니와 손자가 원혼을 상대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장르영화의 거장과 중견 감독의 신작을 선보이는 '매드 맥스' 섹션의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도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쓰쓰미 유키히코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인 20대 여성에게 엉겁결에 청혼하고 만 공무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밖에도 SF와 범죄 누아르를 선보이는 '메탈 누아르' 섹션과 개성적인 코미디, 판타지, 드라마를 소개하는 '메리 고 라운드' 섹션에서도 볼 만한 작품이 많다.

'메탈 누아르' 섹션 초청작인 칠레 출신 크리스토발 레온 감독과 호아킨 코시냐 감독의 '하이퍼보리안'은 임상심리학자가 환자의 정신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려 하는 이야기로, 칠레 우파 정권이 사회에 남긴 흔적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메리 고 라운드' 섹션의 '펠리칸 블루'는 사회주의 붕괴 시절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 젊은이가 자유를 꿈꾸며 유럽 여행을 떠나려고 기차표를 위조하는 이야기다. 헝가리의 라즐로 차키 감독이 연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