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사모펀드에 발목잡힌 美 연기금들

사모펀드 투자한 연기금 절반이 돈 묶여
고금리로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잠재적 구매자 줄어
사모펀드 투자자들 원금 손실 보고도 되팔아
2차 시장에 지분을 되파는 규모 7% 늘어
미국의 연기금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투자 원금도 건지지 못하고 지분을 되파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회사인 콜러 캐피털의 설문조사를 활용해 사모펀드 투자한 연기금 가운데 거의 절반 이 예상 일정에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사모펀드, 이른바 ‘좀비펀드’에 돈이 묶여있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파이낸셜 그룹에 따르면 연기금은 사모펀드 지분을 원금 손실에도 불구하고 재매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발행된 유가증권이 투자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2차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지난해 구매자들은 원래 가치의 평균 85%만 지불하면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다. 사모펀드 투자자가 2차 시장에 지분을 되파는 규모도 전년도보다 7% 증가한 600억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연기금들이 사모펀드에서 원금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의 영향이 크다. 사모펀드들은 보통 연기금의 투자를 받아 다른 기업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왔는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 매입에 함께 활용한 대출 이자도 늘었다. 사모펀드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매입 구조 등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연기금이 발을 빼고 싶어도 사모펀드가 당장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또한 투자기업을 매각하려 해도 고금리로 자금 조달 문제로 잠재적 구매자들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 최대 규모인 캘리포니아의 근로자 연금은 8년 연속으로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투자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운용 비용으로 지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공무원 퇴직 연금 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3330억 달러 규모의 연금은 각각 기금 보유액의 5%와 10%에 해당하는 대출을 받기로 했다. 사모펀드에 물린 돈 때문에 연금 지급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