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된 '진짜 5G' 서비스…정부·기업, 책임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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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동통신 무산 후폭풍정부가 추진해 온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 야놀자 등 스테이지엑스 주요 주주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테이지엑스, 행정소송 나설 듯
"재무 상태 살폈어야" 정부 비판
통신3사 체제 더 굳어질 수도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8㎓ 대역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방침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행정처분 취소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법적 논거를 다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은 청문 과정에서 취소가 부당한 점을 적극 소명할 방침이다.
청문 절차는 늦어도 다음달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청문 과정에서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스테이지엑스가 청문 절차 완료 전 애초 납입을 약속한 자본금 2050억원 가운데 미납분 1500억원 상당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행정절차법상 자본금 미비, 주주 구성 변경 등 과기정통부가 문제 삼은 부분이 해결돼야 자격 취소가 철회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서 회수한 28㎓ 대역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 주는 방식으로 제4통신사 선정을 추진해 왔다. 지난 1월 말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4301억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하지만 이달 초 마감 시한까지 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하지 않았고, 주주 구성이 주파수 할당 신청 당시 내용과 달라 관련 법규에 따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이달 13일 기준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여섯 곳 중 추가 자본금을 납입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한 곳뿐이었다. 스테이지엑스 주요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다.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KAIST,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통신3사와 차별화된 ‘리얼 5G’를 병원, 공항, 대학, 공연장 등 곳곳에서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면 회사 존립이 어려울 전망이다. 기간통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준비법인 형태여서다. 스테이지엑스의 최대주주인 모회사 스테이지파이브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추진하려던 스테이지파이브의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카카오그룹 계열이던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페이 인증 등 통신 분야 규제샌드박스 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업계에선 과기정통부가 자본금 납입 능력부터 충분히 살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8㎓ 대역은 기지국이 많이 필요해 사업성이 높지 않다. 이번에 도전장을 낸 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 등 세 곳은 모두 재정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많았다. 정부가 물밑으로 접촉한 국민은행, 네이버, 쿠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은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 일을 계기로 신규 통신사업자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깨뜨리려던 통신3사 체제가 오히려 더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