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단 진료거부 교수에 '병원 손실 구상권' 청구 검토

16일 한덕수 총리 주재 중대본 회의 열어

"환자 호소에도 집단휴진 결정 바꾸지 않아 유감"
의대 증원 백지화, 행정처분 취소 등 요구 "받아들이기 어려워"

17일부터 중증 질환 순환당직제 실시...국립암병원 병상 최대 가동
병원이 진료거부 방치시 건보 선지급 등 재정 지원 제외 검



"병원장에 진료 거부로 병원 손실 시 구상권 청구 검토 요청"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한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강은구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17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의대 교수들의 진료거부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응해 각 병원에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교수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사와 환자가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몸이 아픈 분들이 눈물로 집단휴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데도 지금 이시간까지 의료계가 집단휴진 결정을 바꾸지 않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 결정 백지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등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미 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명확하게 약속했다"며 "정부는 교수들만큼 전공의들의 미래를 염려하고,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그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다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시간을 거슬러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라는 말은 몇 번을 고심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는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 휴진을 앞두고 비상진료체계 강화에 나섰다. 우선 골든타임(최적기) 내 치료해야 하는 환자 진료를 위해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한다.순환 당직을 신청한 기관들은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해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대상 질환은 우선 급성대동맥증후군, 12세 이하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으로, 향후 집단행동 규모에 따라 다른 응급질환으로 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암 환자가 적시에 치료 받을 수 있도록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주요 5대 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한다. 현장 의료진 지원을 위해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한 별도 수당을 7∼8월에 지급하고, 의료인력 신규 채용 인건비와 기존 인력 당직비 지원 대상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종합병원으로 확대한다.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해 병원 차원의 조치도 촉구했다. 정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 앞으로 집단 진료거부가 장기화해 병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것도 요청했다. 병원에서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하는 병원 재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