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재·부품 국산화, 반도체 강국의 기반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한양대 석학교수
전 세계는 초거대 인공지능(AI)의 출현과 이를 학습하기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구현을 위해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8.8% 성장할 전망이다. 기술 전쟁의 승패는 각국의 공급망 내재화 여부로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대만 파운드리를 시작으로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자국 내 유치한 주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인텔 85억달러, TSMC 66억달러, 삼성전자 64억달러)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미국 내 공급망 완성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톱티어 메모리 반도체 공정 기술과 양산 능력(팹)으로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약점이 있다. 종합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은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공정 기술 초격차 확보와 수율 싸움에서 판가름 난다. 이 경쟁력은 후방 소재·부품의 높은 기술력 확보를 통해 갖출 수 있다. 한국의 소재부품 기술력과 글로벌 공급 점유율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은 미래 반도체 시장의 핵심 영역이다. 아직 시장이 태동하는 단계로 경쟁국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기술 선점 및 국산화야말로 미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지만, 국내에는 기술 선점 및 국산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첨단패키징(어드밴스드 패키징)은 기간 단축이 핵심이지만 국내에는 전주기 패키징 인프라가 전무하다. 대만과 중국 업체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또한 부재하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반도체 칩은 결국 웨이퍼 등 소재와 공정 기술을 구현하는 장비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장비 역시 소재와 부품으로 제작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공정용·장비용 소재·부품 기술력과 공급은 기대에 못 미쳐 국가의 집중 투자가 절실하다.

소재·부품 기술력 제고를 오랫동안 외쳐왔다. 정부는 지난해 첨단반도체 특화단지로 공정·소자 중심의 용인·평택(수도권)과 소재·부품 중심의 경북·구미(지방)를 지정했다. 경북·구미 특화단지 중심으로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용 소재부품 초격차 기술 확보와 국내·글로벌 공급망 기지 구축이라는 비전이 실현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를 위해선 △핵심 소재 및 부품 기술 개발 △기술 개발 품목의 제조 지원 △제조 소재 부품의 반도체 제조공정 실증 △실증 전후 소재 부품의 시험평가분석을 가능케 하는 비즈니스 완성형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 이런 기반 위에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초격차 실현과 소재·부품 공급망 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