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에 음식료 종목 '빚투' 급증

해태제과 신용잔액 10배 늘어
이상기후로 변동성 커질 우려
고공 행진하는 음식료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상 기후로 음식료업체의 실적·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3일 11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억700만원)보다 10배가량 불었다. 해태제과식품은 최근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융자잔액 증가율 2위에 올랐다. 이 기간 롯데웰푸드(증가율 402%) 농심홀딩스(246%) 크라운제과(164%) CJ씨푸드(163%) 한성기업(141%) 풀무원(128%) 동원F&B(108%) 등 다른 음식료주의 신용잔액도 크게 늘었다.음식료주에 빚투가 집중된 것은 세계적인 K푸드 열풍 덕분이다. 수출길이 넓어지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분기 면·스낵 해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는 올 들어 175.9% 뛰었다.

지난 14일에는 사조대림이 미국에 냉동김밥 36t을 수출했다고 밝히면서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사조오양 등 그룹주 주가도 일제히 29% 넘게 뛰었다. 롯데웰푸드가 코코아 제과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하고 롯데칠성이 6개 음료 출고가를 평균 7% 올린 것도 음식료주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음식료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과도한 빚투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라니냐(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곡물 가격은 올해 말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음식료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