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는 이렇게 하는 것"…한국식 변주로 웃음꽃 피워내

핸섬가이즈

'터커&데일 vs 이블' 원작
올여름 극장가 흥행 기대주
저조한 한국영화산업 되살릴까
‘터커&데일 vs 이블’(왼쪽)을 리메이크한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 포스터.
영화관 객석에서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여서다. 하지만 웃음에는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안도와 기대다.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핸섬가이즈’의 언론 시사회는 확실히 들뜬 분위기였다. 살벌하게(?) 생긴 두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영화는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히 최근 한국 상업영화의 대참패(‘설계자’ ‘원더랜드’)를 만회해줄 구원자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남동협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핸섬가이즈’는 2010년 개봉한 미국·캐나다 합작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호러의 진부한 클리셰와 관습을 재치 있게 활용해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았고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서 호평받았다. 한국판 리메이크 ‘핸섬가이즈’ 역시 이야기와 장르에서 전작의 기본 골자를 따른다. 영화는 험한 외모를 가져 어디를 가나 오해받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재필과 상구는 목수 일을 하며 건실하게 살아가는 청년들로 시골에 버려진 저택을 사서 전원생활을 하기로 했다. 그들의 외모는 이사 첫날부터 발목을 잡는다.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과 ‘남 순경’(이규형)의 특별 감시 대상이 된다. 간신히 오해를 풀고 새집에 안착하지만 물에 빠질 뻔한 ‘미나’(공승연)를 구해주려다 오히려 납치범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이어진다. 돌아오지 않는 미나를 찾으러 그녀의 친구들이 저택을 습격하고 지하실에 봉인돼 있던 악령까지 깨어나면서 대살육 잔치가 벌어진다.

‘핸섬가이즈’는 모범적인 리메이크의 전형을 보여준다. 리메이크는 전작에서 무엇을 가져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시대와 국가를 고려해 어떤 요소를 쳐내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더 중요한 프로젝트다. 해외 작품을 리메이크할 때는 한국의 배경과 특성을 고려해 변주하는, 이른바 로컬라이제이션이 작업의 중추가 된다.코미디 장르의 경우 나라마다 다른 웃음 코드를 고려해야 하는 문화적 변주는 더더욱 중요한 이슈다(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성공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핸섬가이즈’는 원작의 키 콘셉트인 주인공들의 외모로 빚어지는 해프닝들,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들을 적절히 옮겨 오면서도 그 외 설정과 (예를 들어 캐릭터 중 한 명이 영어를 못해 벌어지는 에피소드) 이야기들을 철저히 한국화, 혹은 토착화함으로써 원작을 넘어서는 재미와 쾌감을 빚어낸다. 이성민과 이희준을 필두로 한 배우들(박지환, 이규형, 공승연)의 연기 앙상블 역시 영화의 백미다.

개봉일은 26일.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입새에 공개된다. 이 영화가 지난 한국 영화 두 편의 흥행 실패 그리고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앞으로의 대작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는 현재 위태로운 한국 영화 산업과 극장가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공개된 결과물로 감히 예측하자면 (간절한 바람을 얹어서) ‘핸섬가이즈’는 넓은 관객층을 흡수하고도 남을 (오랜만에 탄생한) 오락영화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