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인] '소나기' 황순원의 맏아들…첫사랑 DNA로 쓴 연애詩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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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이른바 ‘국민 연애시’로 불리는 ‘즐거운 편지’의 한 구절이다. 황동규 시인(86)은 이 시를 고교 재학 시절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인을 그리며 썼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년이 지난 1958년 이 시를 비롯해 ‘시월’ ‘동백나무’ 등을 서정주가 <현대문학>에 추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황동규는 1938년 평안남도 숙천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 정착했다.‘즐거운 편지’를 비롯해 ‘시월’ 등 그의 초기 시 세계엔 그리움이나 적막하고 쓸쓸한 내면 풍경을 담은 시가 주를 이뤘다. 1970년대 들어선 꿈과 이상을 억압하는 현실에 대한 부정이 시적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등은 암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한 차원 높게 형상화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황동규는 최근 18번째 시집 <봄비를 맞다>를 발표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