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태원 "노소영 내조 기여 극히 과다하게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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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18일만…최 회장 직접 참석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히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이나 공화국의 후광으로 이뤄졌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역사가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최태원 회장 법률대리인 등 발표
"재판부,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산정 잘못"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항소심 관련 그룹 입장 설명 간담회를 열었다.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화우 변호사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란 게 이 변호사의 설명. 그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994년부터 1998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태원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잘못 판단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그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SK와 구성원의 명예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상고에 나서겠다는 게 SK그룹 측 설명이다.
앞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SK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를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공식 입장 발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판결 후 18일 만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공식 입장 발표에 나선 데 대해 노 전 대통령과 SK그룹 간 정경유착을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로 인한 그룹 이미지 추락 우려와 재산분할 여파로 SK그룹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등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최 회장은 전날 밤늦게까지 참석 여부에 대해 고민하다 이날 직접 발걸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최 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강조했다.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이 제기된 데 대해 최 회장은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하고,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문제점을 충분히 풀어나갈 역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최 회장)는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재산분할액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을 뒤집고 SK그룹 지주사 SK㈜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국내 이혼소송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판결을 내렸다.
최 회장은 1988년 노 관장과 결혼했으나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전으로 번졌다. 최 회장은 2018년 2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이혼을 반대하던 노 관장도 2019년 12월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맞소송을 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