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쓰러진 지 1천100일…화려하게 유로로 돌아온 에릭센

심장 제세동기 달고 그라운드 복귀 '인간승리'…3년 만의 유로 경기서 득점포
3년 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때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덴마크의 간판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유로 무대에 돌아온 경기에서 득점포까지 가동하며 복귀를 자축했다. 에릭센은 17일(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유로 2024 조별리그 C조 1차전에 선발 출전, 전반 17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요나스 빈이 공을 절묘하게 뒤로 흘려주자 에릭센이 중앙으로 달려들며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꽂았다.

덴마크 대표로 A매치에 130경기 넘게 출전하고 42골을 넣은 에릭센에게도 여느 때보다 특별한 한 골이었다. 3년 전인 2021년 6월 유로 2020에 출전했던 그는 코펜하겐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선발 출전해 뛰다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져 큰 충격을 안겼다.

심장마비가 왔던 그는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주변의 응원 속에 회복했고,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당시 심장 제세동기를 단 채로는 세리에A에서 뛸 수 없어서 소속팀인 인터 밀란을 떠나야 했던 그는 이후 잉글랜드 브렌트퍼드를 거쳐 지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덴마크 국가대표에도 복귀해 2022 카타르 월드컵 등에 출전한 에릭센은 유로 무대에도 건강하게 돌아왔고, 첫 경기에서 뜻깊은 골까지 넣었다.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두 팔을 활짝 펼치며 그라운드를 달리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3년 전 유로 첫 경기에서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했으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던 에릭센은 정확히 1천100일 만에 치른 유로 경기에서 또 한 번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에릭센은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이번 유로에서 나의 이야기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무척 큰일"이라면서 "다시 경기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었고, 돌아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골을 넣고서 매우 기뻤다.

내가 유로에서 골을 넣은 적이 없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었다"면서 "첫 골로 팀을 도울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덴마크가 후반 32분 슬로베니아의 에리크 얀자에게 동점 골을 내주며 1-1로 비겨 에릭센의 골은 승점 1을 안겼다.

에릭센은 "승점 3을 따냈다면 더 기쁘고 자신감을 얻었겠지만, 무승부로 끝난 것은 다음 경기를 앞두고 경각심을 주는 신호"라며 21일 잉글랜드와의 2차전을 기약했다.

덴마크 대표팀도 한마음으로 그의 유로 복귀와 득점을 축하했다.

카스페르 율만 감독은 "선수로서 에릭센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다.

그는 경기의 리듬을 아는 타고난 선수이며, 우리는 그가 경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면서 "그는 훌륭한 선수이며, 오늘 그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덴마크의 공격수 유수프 포울센은 "그는 특별하다.

그와 다시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그가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우리와 함께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