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세상 위 삶도, 문화도 제각각…'북미 원주민'과 만나다(종합)

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 18일 개막
'존경의 상징' 깃털 장식 등 151점 소개…"'베스트' 소장품 엄선"
아파치족은 왕관처럼 생긴 탈을 쓰고 춤을 춘다. 질병과 적을 막아주는 이 의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바호족은 직조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이름났다.

이들이 만든 직물은 방수가 될 만큼 촘촘하고 단단했고 천을 짜는 일을 '신이 준 선물'로 여기기도 했다. 반면 바다와 벗 삼아 살아가던 알래스카의 이누피액족, 유피크족 등은 상아나 나무로 만든 도구를 섬세하게 조각하면서 좋은 사냥감을 찾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드넓은 땅에 터를 잡고 저마다의 삶을 이뤄 온 북미 원주민의 삶을 조명하는 자리가 열린다.

'인디언'으로 더 잘 알려진 이들의 삶을 다각도로 비춘 국내 첫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덴버박물관과 함께 18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미국 내에서 북미 원주민의 예술품을 수집한 최초의 박물관 중 하나인 덴버박물관의 소장품 1만8천여 점 가운데 대표적인 공예품, 사진, 회화 등 151점을 모았다.
북극, 캘리포니아, 남서부, 대평원 등 10개 문화권의 43개 부족을 소개한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덴버박물관장은 이날 언론 간담회에 참석해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이자 정체성이기도 한 유물 가운데 최고 즉, '베스트'만 가져왔다"고 자신했다.

이번 전시는 '인디언이 없는' 인디언 이야기다.

각종 유물을 설명할 때는 '인디언' 대신 '북미 원주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인디언은 아메리카(북미) 대륙의 원주민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인도로 잘못 생각한 데서 유래한 단어다.
미국 정부는 본토 48개 주와 알래스카주에 있는 574개 부족의 원주민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는 북미 원주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아기 요람으로 시작한다.

하늘과 땅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스승으로 여겨졌다.

아이가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얼굴을 내놓도록 한 요람은 눈길을 끈다.

원주민의 터전을 옮겨놓은 듯한 거대한 티피는 단연 주목할 만하다.

미네콘주 라코타족이 1880년경에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티피는 높이가 약 4.6m에 달한다.

우리에겐 '인디언 텐트'로 잘 알려진 보금자리는 하늘과 땅이 이어져 있음을 상징한다.
전시장에서는 각 부족의 숨결이 깃든 의복, 신발, 공예품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지형과 기후에 맞게 조금씩 달라진 모카신,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온 자수 공예, 까마귀나 범고래 모습을 한 탈, 독사를 유인해서 넣었던 바구니 등이 소개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도 선보인다.

네즈퍼스족 원주민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머리 장식은 길이가 2m에 달하는데, 존경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유럽 사람들이 건너와 정착한 이후 달라진 삶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이주민의 시선에서 본 북미 원주민의 모습, 서부 개척 시대의 갈등과 위기,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쟁 등이 다양한 사진과 그림으로 소개된다.

1890년 12월 미 육군 제7기병연대 소속 군인들이 원주민 보호 구역인 운디드니에서 남성, 여성, 어린이 등 약 300명을 학살한 사건을 담은 프리츠 숄더(1937~2005)의 그림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시를 기획한 김혁중 학예연구사는 "북미 원주민이 어떤 사람들이고, 그곳에는 어떤 문화가 있는지 균형 있는 시각으로 다루고자 했고, 그 고민이 전시 제목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북미 원주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19일에는 원주민 출신인 다코타 호스카 학예연구사가 강연하며, 8월에는 한국미국사학회와 학술대회를 연다.

다코타 호스카 연구사는 "사람들은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원주민들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엮여 원을 이룬다고 본다.

이런 개념을 생각하고 전시를 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전시를 끝낸 뒤에는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를 열 계획이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깊이 있고 풍부한 문화를 갖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의 모습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