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떠오르는 인도, 동방의 등불 코리아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스타벅스. 미국 시가총액 순위가 아니다. 최고경영자가 인도 출신인 기업들이다. 수재 100만 명 중 인도공과대(IIT) 입학생이 1만 명이고, ‘나머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나 하버드 공대로 간다.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15%, 미 항공우주국(NASA) 직원의 32%가 IIT 출신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재의 16%가 인도에서 트랙에 올랐다.

인도에 관한 개인적인 기억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공직 시절 방문한 인도 상공부 국장은 집무실 데스크에 앉은 채로 맞은편의 보조의자를 권했고, 우리 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2011년 인도 환경부가 허가한 오디샤주 제철소 건립은 수차례의 약속 불이행 끝에 무산됐다.인도는 더 이상 향긋한 커리와 4대 문명의 새벽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두운 카스트의 습속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했다. 힌두의 영성은 수많은 천재의 빛나는 두뇌를 갠지스에서 건져 올렸다. 인구 1위, 면적 7위, 군사력 4위의 핵보유국인 인도의 경제 규모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다음이다. 2027년 3위, 2050년대에 1위로 성장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6%로 주요 경제국 중 최고다.

작년에는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시켰다. 제약 3위, 섬유와 의류 2위, 철강 2위 생산국으로서 종합적인 지위는 압도적이다. ‘0’을 발견한 수학적 전통, 수백 개 언어를 가로질러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현실감각을 지닌 데다 매년 배출하는 엔지니어만 50만 명에 달한다.

지난 4월 인도대사관과 함께 인도 진출 지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인도는 2021년 중견기업 진출 희망국 순위 열일곱 번째에서 2022년에는 네 번째로 뛰어올랐다. 중견기업 해외 법인의 약 14%가 인도에 있고, 다섯 번째 수출국이 인도다.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2400달러에 극심한 빈부 격차도 존재하지만, 14억 인구의 시장과 생산기지로서 가치는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다.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모디노믹스의 기치 아래 외국인 투자 유치, 기업친화정책, 디지털화, 메이크 인 인디아 제조업 육성정책 등을 지휘한 리더다. 많은 나라가 긴장했고, 또 다른 나라들은 새로운 미래의 지평을 본다.

1929년 타고르는 식민 통치의 암흑 속에서 신음하던 ‘조선 민족’에게 여섯 행 짧은 희망을 타전했다. 우리만큼 그의 나라도 어렵던 시절, 인류의 평화를 기리며 직관한 ‘동방의 등불’은 이후 기적이라고까지 일컫는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고, 세계의 이웃을 돕는 국가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의 광휘는 또 다른 백 년을 건너 시성의 영혼을 마주할 수 있을까. 상황은 어렵다. 오랜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진실하고 적극적인 협력에 답이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