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무거운 책임감 갖고 '정책 불모 정당' 벗어나야

총선 참패와 22대 국회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소수당다운 절박함도, 위기의식도, 반성과 쇄신도, 거대 야당의 폭주에 대응하는 정교한 전략과 수단도 보이지 않는다. ‘무책임·무능·무기력’에 빠진 데다 고질적인 웰빙 행태도 여전하다.

당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의 11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 이후 보이콧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받을지 말지 옥신각신하느라 5일을 흘려보내다가 ‘백지상태 협상’ 결론을 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처럼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가 역풍 맞은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나 집권당으로서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인지 돌아보길 바란다. 물론 소수당으로서 한계는 있다. 그렇다면 결기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긴박함을 찾기 어렵다. 소수당의 항거 수단인 필리버스터도 하지 않았다. 총선 참패 이후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서로 네 탓’이라며 백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책 주도권도 상실한 마당이다.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폐지·완화론에 불을 붙일 동안 마냥 손을 놓고 있었다. 연금개혁 이슈도 마찬가지다. 22대 국회 출범 후 여당 주최 의원 세미나는 야당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저출생 등 정책 토론회도 야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 의원 20여 명이 경기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협력을 약속하자 국민의힘도 뒷북치기 바쁘다. 민생 현장 행보를 보이겠다며 어제 집단 휴진을 결정한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것도 민주당에 한발 늦었다.

야당의 더 독해진 입법 폭주에 맞서려면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정책 정당 면모를 보여야 한다. 여당은 정부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책무가 있다. 야당의 특검법에 맞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시급한 경제 활력 법안 처리를 적극 주도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해보라. 당장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종부세·상속세 개혁 입법을 관철해야 한다. 다음달로 예정된 대표 경선은 집권 여당다움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위기에 걸맞은 비전과 미래를 화두로 경쟁해야지 한가하게 계파 힘겨루기에 몰두한다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은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