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질주한다면 지뢰밭도 두렵지 않다…영화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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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종필 감독 신작…이제훈 혼신의 연기 할리우드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쇼생크 탈출'(1994)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앤디(팀 로빈스 분)가 필사적으로 그곳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다. '쇼생크 탈출'이 많은 사람에게 인생 영화로 남은 것은 단순한 탈옥 이야기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은 앤디가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던 쇼생크 교도소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자유를 향한 앤디의 몸부림을 잊을 수 없게 된다.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도 북한 군인이 남쪽으로 귀순하는 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오면서 깊은 울림을 낳는다. 주인공 규남(이제훈)은 남북한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 북한군 최전방 부대의 군인이다.
10년이나 되는 군 복무 기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그의 마음은 제대 후 돌아갈 북한 사회보다는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있다.
남쪽으로의 귀순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규남은 같은 부대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귀순을 시도하다가 발각되면서 공모자로 몰린다.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보위부에서 파견된 장교 현상(구교환)은 옛 인연을 생각해 동혁을 위기에서 구해주지만, 귀순을 향한 동혁의 열망은 꺾이지 않는다. 지뢰로 가득한 비무장지대를 목숨 걸고 가로지르는 규남과 그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현상을 중심축으로 한 '탈주'는 규남의 전력 질주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규남의 불행한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규남이 불침번 근무를 하다가 몰래 남쪽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듣는 동안 그의 과거가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규남의 귀순 과정에서 빚어지는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전도 볼거리다.
비무장지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는 설정에 맞게 드넓은 풀밭과 숲, 산과 언덕에서 빠른 액션이 전개되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탈주'는 북한군과 비무장지대를 사실감 있게 묘사하기보다는 다소 현실과 어긋나더라도 과감하고 개성적인 스타일의 영상을 펼쳐내는 데 집중한다.
이에 따라 영화 속 시공간과 사건은 현실적 맥락에서 벗어난 환상의 느낌을 띤다.
이는 '탈주'가 남북 분단 현실이나 이데올로기 대결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 영화는 '쇼생크 탈출'처럼 감옥 같은 현실에 스스로 갇혀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향한 이야기다.
꿈을 위해서라면 현재 소유한 모든 것, 나아가 삶 자체까지도 걸 수 있는 규남과 안온한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해버린 현상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주어진 메시지를 접하는 것보다는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는 게 영화의 묘미라고 한다면, '탈주'의 접근 방식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규남과 현상의 대사만 봐도 메시지가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직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관객, 특히 젊은 관객의 깊은 공감을 끌어낼 만하다.
규남 역의 이제훈은 숨이 넘어갈 듯 전력 질주할 뿐 아니라 진흙탕에 몸을 던지는 등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현상을 연기한 구교환은 극에 미스터리와 유머를 불어넣는다.
'탈주'를 연출한 이 감독은 대기업에 반기를 든 고졸 여성 사원들의 이야기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으로 유명하다.
주어진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작품은 맥이 통한다.
이 감독은 '탈주'에 관해 "단순히 귀순 병사의 탈북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아프리카의 청년일 수도 있고,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며 "운명처럼 정해진 세상에서 이탈해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7월 3일 개봉. 94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관객은 앤디가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던 쇼생크 교도소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자유를 향한 앤디의 몸부림을 잊을 수 없게 된다.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도 북한 군인이 남쪽으로 귀순하는 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오면서 깊은 울림을 낳는다. 주인공 규남(이제훈)은 남북한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 북한군 최전방 부대의 군인이다.
10년이나 되는 군 복무 기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그의 마음은 제대 후 돌아갈 북한 사회보다는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있다.
남쪽으로의 귀순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규남은 같은 부대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귀순을 시도하다가 발각되면서 공모자로 몰린다.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보위부에서 파견된 장교 현상(구교환)은 옛 인연을 생각해 동혁을 위기에서 구해주지만, 귀순을 향한 동혁의 열망은 꺾이지 않는다. 지뢰로 가득한 비무장지대를 목숨 걸고 가로지르는 규남과 그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현상을 중심축으로 한 '탈주'는 규남의 전력 질주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규남의 불행한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규남이 불침번 근무를 하다가 몰래 남쪽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듣는 동안 그의 과거가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규남의 귀순 과정에서 빚어지는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전도 볼거리다.
비무장지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는 설정에 맞게 드넓은 풀밭과 숲, 산과 언덕에서 빠른 액션이 전개되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탈주'는 북한군과 비무장지대를 사실감 있게 묘사하기보다는 다소 현실과 어긋나더라도 과감하고 개성적인 스타일의 영상을 펼쳐내는 데 집중한다.
이에 따라 영화 속 시공간과 사건은 현실적 맥락에서 벗어난 환상의 느낌을 띤다.
이는 '탈주'가 남북 분단 현실이나 이데올로기 대결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 영화는 '쇼생크 탈출'처럼 감옥 같은 현실에 스스로 갇혀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향한 이야기다.
꿈을 위해서라면 현재 소유한 모든 것, 나아가 삶 자체까지도 걸 수 있는 규남과 안온한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해버린 현상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주어진 메시지를 접하는 것보다는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는 게 영화의 묘미라고 한다면, '탈주'의 접근 방식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규남과 현상의 대사만 봐도 메시지가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직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관객, 특히 젊은 관객의 깊은 공감을 끌어낼 만하다.
규남 역의 이제훈은 숨이 넘어갈 듯 전력 질주할 뿐 아니라 진흙탕에 몸을 던지는 등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현상을 연기한 구교환은 극에 미스터리와 유머를 불어넣는다.
'탈주'를 연출한 이 감독은 대기업에 반기를 든 고졸 여성 사원들의 이야기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으로 유명하다.
주어진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작품은 맥이 통한다.
이 감독은 '탈주'에 관해 "단순히 귀순 병사의 탈북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아프리카의 청년일 수도 있고,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며 "운명처럼 정해진 세상에서 이탈해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7월 3일 개봉. 94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