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명문 악단의 첫 동양인 악장 이지윤 "솔로만 했다면 넓고 깊은 음악 세계 몰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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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같은 명지휘자들이 몸담았던 450년 역사의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다. 2018년 이 악단은 세 가지 기록을 동시에 남기는 종신 악장을 임명했다. 그는 최초의 동양인 악장이었고, 최초의 여성 악장이었으며 최연소 종신 악장이었다. 지휘계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당시 악단의 음악감독)이 선택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2) 얘기다.
바그너, 슈만, 슈트라우스, 브람스
4명의 작곡가 바이올린 작품 조명
"기회 놓치기 싫어 매일 치열하게 노력"
"틸레만은 눈빛으로 단원 휘어잡는 지휘자"
이지윤은 합주(合奏)뿐만 아니라 탁월한 독주(獨奏) 실력으로도 정평이 난 바이올리니스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지윤을 두고 “탐스러운 음색의 독보적인 솔로”라고 극찬했고, 그가 2018년 발매한 데뷔 음반 ‘코른골트&닐센 협주곡집’은 세계적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 BBC뮤직 매거진의 ‘이달의 음반’ 등으로 선정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지윤이 솔리스트로 모국을 찾는다.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 중 ‘꿈’,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소나타, 로베르트 슈만 ‘3개의 로망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등을 들려준다.그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이뤄진 만남에서 “바그너, 슈만, 슈트라우스, 브람스는 독일에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연구하고, 삶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본 작곡가들”이라며 “내게 제일 편하게 느껴지는 이 음악가들의 언어를 한국 청중에게 가장 선명하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공연만으로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그에게 솔리스트 활동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을 들려줬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자는 주의예요. 연주자로서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활동을 겸할 수 있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주어진 기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연주자에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윤은 화려한 독주 실력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다. 2013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014년 윈저 페스티벌 국제 콩쿠르, 2016년 카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그랬던 그가 유럽 명문 악단 악장 자리에 앉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오케스트라, 오페라 공연을 자주 접했었는데, 그 경험이 하나둘 쌓이면서 저도 모르게 합주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그때의 선택에 만족합니다. 솔리스트로만 활동했다면 이토록 넓고 깊은 음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살지 않았을까요.”끝으로 그는 오는 9월부터 바렌보임의 뒤를 이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신임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명장 크리스티안 틸레만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바렌보임과 틸레만의 공통점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휘자들이란 것”이라며 “특히 틸레만에겐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눈빛 하나만으로 휘어잡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했다.“틸레만은 음악적 방향성이 뚜렷한 지휘자입니다. 30여년 간 바렌보임과 호흡해온 단원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거쳐야겠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틸레만과의 새 여정은 지금 제게 너무나 기대되는 일 중 하나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