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어온다" 파다한 소문…여의도 '명당' 직접 가보니 [현장+]

TP타워, 지난달 30일 개관
220m 최첨단 오피스빌딩

엘베 33개, 화장실 층별 10개
국내 대형 증권사 2곳 입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사학연금공단빌딩) 옥상에서 내려다본 여의도 전경.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서울 여의도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겼다. 지난달 30일 개관한 TP타워(사학연금공단빌딩)다. 높이 220m, 지상 42층의 이 건물은 높이만큼 또다른 명성이 자자하다. 바로 돈이 들어오는 '명당' 자리라는 것이다.

'명당'을 의식하고 둘러보니 풍경은 달라보였다. 가로 60m, 세로 30m 공간의 루프탑(R층)에서는 사방으로 서울의 모습이 들어왔다. 북쪽으로는 한강이, 남쪽으로는 신도림 디큐브시티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쪽으로는 국회가 동쪽으로는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구역이 훤히 보였다.안내를 맡은 박종선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는 "지관(풍수지리사)에 따르면 이 건물 동남쪽이 한강물을 끌어안는 입지라 돈이 잘 들어오는 곳"이라며 "2018년 건축을 시작할 때 여의도 사무실 공실이 많아 걱정했지만 완공 후 입주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거의 들어찼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33개…화장실 층별 10곳"

서울 여의도 TP타워. /코람코자산신탁운용 제공
사학연금의 서울회관이자 오피스빌딩인 '여의도 TP타워'가 베일을 벗었다. 국내 연기금 최초로 시도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한 재건축 빌딩이다.이 빌딩은 지하 6층~지상 42층, 연면적 14만1691㎡ 규모의 복합빌딩이다. 저층부에는 상업시설이 배치됐고 상층부는 오피스로 구성돼 있다. 건물 외벽은 교사(Teacher)를 상징하는 'T'자로 창문이 배열돼 있고 최상층부는 '학사모'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얹었다.

지난 2월 완공한 뒤 일부 상업시설의 인테리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이 타워에는 신한·키움증권 등 대형 증권사 두 곳을 비롯해 신한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우리종합금융 등이 들어선다. 다음 달 중 기업들이 입주를 마치면 여의도 금융맨 약 5000여명이 근무를 하게 될 여의도 핵심 오피스 빌딩으로 자리잡게 된다.

'초역세권'이란 점에서 거리상의 이점이 크다. 이 빌딩은 서울지하철 5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과 지하도보로 연결돼 있다. 여의도역에는 신안산선 공사가 진행 중이며, GTX-B도 계획돼 있다. 여의도역에 내리면 외부로 나오지 않고 바로 빌딩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다.직원들의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시해 건물을 설계했다. 우선 엘리베이터가 33대로 입주사 직원들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했다. 화장실은 층별 10개에 달한다. 특히 많은 직원들을 수용한 만큼 화재 시 안전에 신경을 썼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위아래층에서 압력을 가해 불이 번지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상업 시설은 3개 층에 걸쳐 22곳이 입점한다. 한 끼에 5000원 안팎의 백반집부터 귀빈 접대용 식당까지 다양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달군 양식집 '심퍼티쿠시'와 닭갈비집 '오근내', 샐러드볼집 '르베지왕'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서점 겸 잡화 판매점인 '아크앤북'도 지하 2층에 들어선다.

대형 증권사 2곳 입주…"대규모 전력량 확보"

서울 여의도 TP타워 내 상업시설 '팀 홀튼'. /팀홀튼코리아 제공
신한투자증권 등 신한 금융 계열사들은 23~41층 등 고층부에 들어선다. 키움증권 등 키움 금융 계열사들은 3~12층의 저층부에 입주한다. 키움증권은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사옥의 재건축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약 4년간 TP타워 오피스를 임차했다. 사학연금도 1개층을 사용한다.

여의도에서 대형 증권사 두 곳이 한 건물에 살림을 차린 것은 이례적이다. 증권사는 다른 업종 대비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다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큰 규모의 증권사 두 곳 이상이 충분히 쓸 수 있는 전력량을 확보한 데다 입주사마다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쓰게 동선을 설계했기 때문에 이점이 크다"고 했다.

여의도 내 다른 오피스빌딩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높다. 최신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어서 층고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파크원, IFC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 최근 임대료를 올린 파크원, IFC 대비 TP타워는 입주사들의 임차 계약이 적용됐던 3년 전 가격이 책정돼서다.

TP타워의 3.3㎡당 월 임대료는 고층부 14만9000원, 중층부 14만1000원, 저층부 13만5000원이다. 처음 임대료 기준가 책정 시만 해도 여의도 내 최고가였지만 이후 IFC(최고 15만1000원)와 파크원(최고 15만4000원)이 가격을 높였다. 브라이튼 여의도에 비해서는 층별 공간이 넓다. 박 이사는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금융회사 옛 건물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입주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 준공 후 30년간 빌딩 운영

서울 여의도 TP타워. /코람코자산신탁운용 제공
TP타워는 1982년 지어진 사학연금회관 빌딩을 재건축한 것이다. 지금은 여의도 노른자위 땅이 됐지만 1979년 부지 매입 때만 해도 내부에선 "왜 사느냐"는 원성이 컸다고 한다. 당시 여의도는 '황무지'에 가까웠다. 40여년 사이 도심 속 랜드마크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셈이다.

앞서 사학연금 임직원들은 43년가량 된 낡은 건물을 두고 리모델링을 할지, 재건축을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4년 전라도 나주로 본사를 이전하고 여의도 사무실에 공실이 많아지면서 재건축에 무게가 쏠렸다. 임대를 하려고 해도 건물이 노후화된 탓에 제값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용적률이 낮아 땅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도 이유였다.앞서 2018년 코람코와 사학연금은 이 빌딩을 재건축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코크렙TP리츠'를 설립했다. 사학연금은 토지주이자 주요투자자이고 코람코는 리츠의 구조를 설계하고 자산 관리역할을 맡았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책임준공을 담당했다. 리츠는 준공 후 30년간 TP타워를 운영하고 여기서 발생되는 수익을 사학연금공단에 배당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