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나오는데…신한투자증권 "AI 빅테크 쏠림은 계속된다"

"AI 빅테크, 구경제 산업과 경쟁자 도태시키며 이익 독점"
"막대한 규모 투자 필요해 빅테크 잠식 방어하기도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빅테크 종목들의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은 당분간 빅테크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왜 빅테크만 실적이 좋은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AI, 빅테크 등의 주도주들이 실적을 독식하고 있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지난 1년간 지수편입종목 전체 합산 이익 증가의 63%를 설명한다”고 말했다.빅테크 종목들이 이익을 독차지하면서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배경으로 신한투자증권은 △구경제 산업과 경쟁자들의 도태 △AI 투자의 진입장벽 △AI 산업의 기술 집약적 성격에 따른 이익 독점 등을 꼽았다.

구경제 산업과 경쟁자들의 도태는 빅테크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때부터 나타난 특징이다. 김성환 연구원은 “아마존과 전자상거래는 유통산업 내에서 점차 더 많은 점유율을 가져오고 있다”며 “구글·유튜브(알파벳)와 인스타그램(메타)은 기존 미디어·광고를 대체해나갈 뿐만 아니라 다른국가에서도 기존 경쟁자들을 밀어내면서 미국 이외에서도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가 벌어들인 이익이 경제 전체로 퍼지는 ‘낙수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신한투자증권은 지적했다. 자원배분을 AI에 집중하면서다. 김 연구원은 “구글은 고용을 줄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주 매입을 줄여서 Ai 서버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빅테크도 고용이나 주주환원을 줄여야 할 정도인 AI 투자 규모는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AI 사이클은 인프라 구축 단계의 기업간거래(B2B) 단계”라며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대규모 컴퓨팅 파워와 AI 인지니어를 갖춰야 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갖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AI 서버 가격은 일반 서버의 7배에 달하고, 오픈AI 엔지니어의 연간 급여는 미국인 평균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이를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결국 미국 빅테크 뿐”이라며 “AI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이 상승 중이다. 향후 AI 성장의 과실은 빅테크가 독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AI 산업에서는 아무나 기술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대표적인 예다. 김 연구원은 “AI 가속기는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전유물이고, 기술적 우위가 경쟁자 진입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AI 투자 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잉여가 대부분 엔비디아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빅테크 종목들의 랠리를 바탕으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일각에선 ‘AI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면서 ‘인구 절벽’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해리 덴트는 최근 내년 주식시장 폭락을 예상하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98% 하락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