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바깥세상 나온 백사자, 달라진 환경에 '어리둥절'

지하 사육장에서 지내던 백사자 부부
태어나 처음으로 야외 방사장에 '보금자리'
17일 오후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수성구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백사자가 야외 방사장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년간 2.5평(8㎡) 규모의 좁은 지하 방사장에서 지내온 백사자 한 쌍이 150평(486㎡) 규모의 야외 보금자리에서 새출발했다.

17일 오후 스파밸리 네이처파크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의 폐업한 실내동물원에 방치됐던 백사자 한 쌍이 150평(486㎡) 규모의 달성군 네이처파크 실외 방사장으로 이사했다.
17일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수성구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백사자가 야외 방사장을 거닐고 있다. 해당 백사자는 대구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 사육장에서 7년을 지낸 뒤 지난해 실내 동물원이 폐업하자 이날 네이처파크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사진=연합뉴스
'영남권 최초의 백사자'로 홍보된 이 백사자는 태어난 지 1년 만에 지하 실내 사육장에 갇혀 7년 동안 햇빛도 바람도 없이 지내며 유리창으로만 세상을 봤다. 지난해 코로나19 등으로 경영난에 처한 동물원이 문을 닫자, 이들은 학대에 가까운 환경에 방치돼 왔다.

대구시는 좁은 면적의 땅에서 사자 등 58종의 동물 300여 마리를 키우고, 운영 중단 후 동물 사체와 배설물 등을 그대로 방치한 기존 동물원에 대해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내렸다. 이후 지난달 14일 스파밸리 네이처파크가 동물 324마리를 1억 3100만원에 낙찰받아 동물들을 차례차례 새 보금자리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17일 대구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백사자 수컷이 이동을 위해 마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물 구조를 위해 동물원을 찾은 네이처파크 소속의 한 사육사는 "구조 당시 애들(하이에나)이 픽픽 쓰러지는 상황이었다"며 "너무 말라 있었고, 상황이 안 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백사자 부부는 17일 오전 10시께 스파밸리 네이처파크에 도착했다. 수사자와 암사자는 마취가 깬 직후 야외방사장으로 향했으며 7년 만에 처음 바깥세상을 보게 됐다. 동물원 측은 두 사자에게 조만간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예정이다.
17일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직원들이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사자를 야외 방사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이처파크는 동물원에서 280여마리의 동물을 구조해 사육 중이다. 동물원에 남은 원숭이 17마리 등은 사육시설 지정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