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앞유리에 전화번호 써뒀다가…30대 女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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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폰번호가 리딩방 광고 발신번호?
문자 발송 업체 난립에 번호 도용 증가
"010 번호에는 경계심 낮다는 점 노려"
문자 발송 사업자 3년간 두 배로 늘어
업체 난립으로 피싱범 일감마저 수주
방통위 대책 이달 실시…효과 있을까

일반 휴대폰을 피싱 문자 발신 번호로
“주식 투자로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피싱 문자가 활개 치고 있다. 이 문자는 리딩방 광고를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것도 아니고 단순 사기인 경우가 많다. 문자를 받은 사람이 텔레그램 등에 개설된 단체 대화방에 들어오게 한 뒤 여기서 속임수를 써 돈을 갈취하는 게 이들의 수법이다. A씨의 사례처럼 평범한 사람의 휴대폰 번호를 발신자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통신업계 관계자는 “리딩방 권유를 가장한 피싱 문자가 늘어난 건 최근 문자 재판매사 수가 급증한 것과 관련 있다”며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돈벌이가 쉽지 않다 보니 일부 업체가 피싱범의 문자 발송 의뢰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문자 재판매사 종사자는 “최근 1~2년 새 관련 업체가 난립해 치열한 단가 경쟁을 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뛰어들었다가 빚쟁이가 될 위기에 처하자 일부 업체가 물불 안 가리고 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피싱범이 새 범죄 수법을 개발한 것도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며 “과거에는 해외 번호나 인터넷전화 번호로 공공기관 등을 사칭했는데, 더 이상 이런 방법이 안 통하자 문자 재판매사까지 동원해 새로운 방식의 사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명인 사칭 유튜브 광고 활용하기도
문자를 받은 사람이 유도를 따라 SNS 채팅방에 들어오면 속임수가 본격 시작된다. 앞서 이 업자에게 투자했다고 자처하는 바람잡이가 “수익률 좋다”는 등의 말을 하며 피해자의 관심을 유도한다. 피해자가 채팅방에 잔류하면 며칠 뒤 따로 연락해 1대1 상담을 하며 ‘무료로 자산을 운용해주겠다’는 말로 입금을 권유한다. 이 통장은 대포통장이기 때문에 일단 입금하면 피싱범이 자발적으로 이를 돌려주는 일은 없고, 반대로 여러 구실을 붙여 추가 입금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수십억 벌고 과태로 찔끔 '남는 장사'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초 시작한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가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고남현 방통위 디지털이용자기반과장은 “기존에는 문자 재판매사 등록을 받을 때 서류 심사만 했는데 이 제도 하에서는 현장 실사, 인터뷰 등을 통해 사업자의 준법 의지까지 확인하게 된다”며 “기존 등록 업체도 6개월 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던 업체를 걸러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안정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스팸정책팀장은 "이번 정책은 국내 사업자의 자정작용을 위한 것이며 전파관리소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사업자는 추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들이 보낸 문자는 내용을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공조하며 스팸 문자 근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이시은/이상기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