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손님보다 더 얄미워요"…1인 미용실 사장님 '분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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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예약 후 취소하는 온라인 '중복 예약'"가끔 '노쇼'(No-Show·예고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 손님보다 더 얄미워요."
"1인숍은 단골 장사인데…답답하다"
보증금 기능 있어도…"손님 줄까봐" 걱정
'100% 예약제 운영' 역기능이란 지적도
서울 영등포구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 중인 강모(37)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강씨는 지난달 이른바 '중복 예약' 손님으로 인해 곤란한 일을 겪었다. 그는 "한 손님이 일주일에 4개 시간대를 잡아놓고 계속 예약 시간 직전에 취소하더니 결국 오질 않았다. 결국 최소 4명의 손님을 놓친 셈"이라며 "황당해도 이런 일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강씨 미용실은 머리 감는 전동식 의자가 놓인 공간을 포함해 고작 10평 남짓이다. 혼자 운영하다 보니 온라인을 통해 100% 예약제로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매주 이 같은 중복 예약 손님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그는 "악의적으로 여러 건을 한 번에 예약하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두세 번씩 중복으로 예약하는 경우는 자주 있다"며 "한 단골손님은 항상 네이버 예약이 꽉 차서 예약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악성 노쇼는 특히 100% 온라인 예약을 받는 경우가 많은 미용실, 네일숍 등 업종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네이버 예약 서비스는 일단 예약이 가능한 업체로 등록해두기만 하면 서비스 이용자들은 따로 업장에 연락하지 않아도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다. 업주들도 종일 혼자 영업하는 상황에서 일일이 예약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손님들은 이 같은 예약 서비스를 악용해 여러 건의 예약을 한 번에 걸어 업장에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 서울 영등포구에서 4년째 혼자 미용실을 운영 중인 오모(34)씨도 "네이버 예약을 통해서만 시술 예약을 받고 있다"면서 "중복 예약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실태를 전했다.
오씨는 "파마보다 커트 손님이 많아서 30분 단위로 시간대를 열어 놓았다"며 "다음날 특정 시간대를 잡았다가, 당일 오전에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는 손님이 더러 있다. 손님이 오질 않아 뒤늦게 확인해보니 2시간 전에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손님들이 주로 잡는 시간대가 보통 퇴근 직후나 주말 오전 시간대로 많은 손님이 예약을 원하는 시간대"라며 "동네 1인 헤어숍은 단골 장사다. 기본 매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인근에서 혼자 두피관리 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9)씨는 노쇼와 중복 예약 손님에 질려 올해 3월부터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하루에 1시간30분~2시간 단위로 최대 5명까지만 손님을 받는다. 모든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 김씨는 "인천 강화도에서 찾아올 정도로 단골손님인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을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여러가지를 감안하면 그렇게 큰 타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노쇼뿐만 아니라 중복 예약 피해를 막기 위해 네이버 예약에서도 예약 시 보증금을 거는 기능이 존재한다. 보통 예약 시 사전 고지를 하고 1~2만원대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쇼할 경우 아예 환불이 불가능하고, 방문 전 취소 시엔 직접 환불 구간을 설정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보증금을 설정하기가 꺼려진다는 것이 1인 숍 업자들의 설명이다. 또 예약 신청 시 일일이 확정을 눌러주도록 설정할 수 있는 기능 역시 혼자 영업해야 하는 상황상 여의찮다. 이에 대해 강씨는 "예약금을 걸려면 따로 손님이 네이버 페이 기능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예약이 까다로워지면 손님이 줄어들까 봐 불안하다"며 "이 동네에만 미용실이 15개다. 중복 예약이 당장 운영에 문제를 줄 정도가 아니라면 아직까진 보증금을 설정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1인 숍들이 100% 예약제를 고집하면서 생겨난 소비 행태라고 지적한다. 간편한 온라인 예약을 업주들이 선호하게 되면서 오히려 손님들의 중복 예약을 자처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온라인 예약 개념이 전무하던 때와 달리 이젠 동네미용실도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게 됐다"며 따라서 소비자가 예약이라는 기능이 가지고 있는 편의성을 최대한 활용할 기회를 업계가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소비자 역시 윤리적 소비를 해야 한다"며 "우선 보증금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가장 우선될 필요가 있다. 보증금은 시간이 곧 돈일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하는 당연한 약속이란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