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북 푸틴, 레드라인 넘을 땐 상응 조치 각오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밤 평양에 도착, 오늘까지 일정을 소화한다. 푸틴은 김정은과 회담한 뒤 공동 문서에 서명하고 언론 발표를 한다. 지난해 9월 회담 땐 없었던 행사인 데다 러시아 측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 것을 보면 평화를 위협하는 ‘전략적 함의’의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 무기 거래와 관련해 유럽도 주시하는 이유다.

푸틴이 노동신문 기고에서 ‘서방 통제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 발전’ ‘더욱 높은 수준의 쌍무적 협조’를 강조한 것을 보면 더 강해진 경제·안보 결속이 예고된다. 러시아는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했고,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을 포함한 ‘상호방위조약’에 준하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떤 형식이든 양국 관계 수직 격상이고, 중대 안보 변수다. 지난해 9월 두 사람이 회담한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수백만 발의 포탄과 미사일을 보냈다. 김정은은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고, 푸틴도 빈손 준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은 정찰위성 및 전투기 성능 향상과 핵추진 잠수함, 핵무기 소형화,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모두 우리에겐 ‘비수’다. 러시아는 이런 첨단 무기 기술을 타국에 준 적이 없지만, 우크라이나전이 다급한 상황이라 장담할 수 없다.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어 ‘악마의 거래’를 한다면 동북아는 물론 세계 안보 지형에도 큰 파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미국, 일본과 결속을 더 다지고 국제 공조를 통한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내는 건 기본이다. 어제 9년 만에 열린 한·중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를 계기로 다소 흔들리는 북·중 사이를 파고들어 대중 관계를 복원하고, 우호 관계를 다져 북·러 견제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푸틴은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어길 땐 강력한 상응 조치로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