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세제, 22대 국회의 최우선 개혁 과제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0위로 8계단 뛰어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어제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는 밀렸지만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7개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분야별로 보면 ‘기업 효율성’이 23위로 10계단 올라 종합 순위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정부 효율성’은 38위에서 39위로 떨어졌다. 민간이 홀로 끌어가는 우리 국가경쟁력의 현실이다.

정부 효율성 분야를 들여다보면 제도·기업·사회 여건 등 대부분 순위가 오른 가운데 조세정책이 26위에서 34위로 추락해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부문별로는 법인세(48위→58위), 소득세(35위→41위) 순위가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이 법인세와 소득세를 완화한 것과 반대로 한국만 청개구리처럼 세 부담을 강화해온 탓이다. 이 결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 비중은 2022년 기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르웨이,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2000년만 해도 우리 법인세 부담률은 3.0%로 중위권이었으나, 20여 년 새 순위가 급등했다. 소득세 역시 최고 세율이 상승한 가운데 중산·서민층에 대한 비과세를 남발하면서 고소득층에 세 부담이 집중되는 추세다. 법인·소득세 강화는 개인의 근로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국내에서도 수없이 제기된 이런 문제점이 해외 전문기관의 분석에서 그대로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지적당한 것이다. 이런 ‘징벌적 조세’로 우리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때마침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세제 개편 논의가 불붙었다. 여당이 상속세 개혁,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선정한 데 이어 야권 일각에선 종합부동산세 개편론이 불거졌다. 대통령실도 종부세를 폐지하고, 상속세 세율을 OECD 평균인 30%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야는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말고 세제 개혁을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해 협치의 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