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검색순위와 평점

김형배 더킴로펌 공정거래그룹 고문
장보기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다. 오프라인 장보기는 매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가 있지만 이동이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반면 온라인 장보기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서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이용해 플랫폼 상단에 자리하면서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린 상품을 주로 구매한다. 플랫폼 화면의 순위와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검색 순위와 구매 후기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했다. 인위적으로 자사 상품(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고 중개 상품은 상위 노출 기회를 박탈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직원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는 점도 들었다. 검색 순위와 평점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 구매자들을 기만해 합리적 선택권을 제한한 결과 거래 질서가 훼손됐다고 본 것이다. 쿠팡은 공정위 판단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검색 순위와 평점을 정하는 알고리즘(규칙)의 설계자인 플랫폼 운영자(심판)는 상품 판매자 역할(선수)도 함께한다. 그러므로 자사 상품 판매에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하고자 하는 유인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검색 순위와 평점은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이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 결과 1순위를 3순위로 옮기면 검색 결과 클릭률이 50% 감소하고, 10순위로 옮기면 85% 줄어든다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클릭률이 높아야 구매 가능성이 커지므로 상단 노출 여부는 매출과 직결된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판매자(입점·납품업체)와 구매자를 연결해 줄 뿐만 아니라 자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운영자와 상품 판매자의 이중적 지위를 지닌다. 이중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라도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자사 상품의 매출을 높이는 건 문제 삼을 수 없으며 삼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한 알고리즘 설계와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자사 상품의 매출을 늘린다면 눈감아서는 안 된다.

쇼핑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은 시장에서 심판이자 선수로서 이중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거대 플랫폼이 자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이미 기울어졌다면 평평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