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이 5만㎡ 물류센터 관리…포스코 스마트공장 '진화'

포스코 광양제철소 가보니

위험한 작업, 로봇이 대신 수행
AI가 자재 주문·배송 전부 처리
스마트 넘어 '지능형 공장' 구축
광양제철소 풀필먼트센터의 ‘오토스토어’ 설비. 30㎏ 미만 소형 자재를 실어 나른다. 포스코DX 제공
지난 14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마스크와 안전모, 안전 고글, 안전화를 착용하고 공장에 들어섰다. 발을 내딛자 아연 도금 포트(pot)가 뿜어내는 열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이곳에선 자동차용 강판 표면에 아연을 입히는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내부로 이동하자 도금 포트로 줄줄이 밀려들어 간 강판이 회색빛으로 탈바꿈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판의 강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도금 포트의 온도는 섭씨 460도. 액체 상태로 출렁이다가 포트 밖으로 튄 드로스(아연 찌꺼기)가 곳곳에 눌어붙어 있다. 도금 공정에선 고온의 드로스를 포트에서 걷어내는 일이 필수다. 작업자 4명이 하루 열 번씩 뜰채로 드로스를 제거했다.최근 이 공정에서 사람 작업자가 사라졌다. 근로자의 안전을 고려해 2m 길이의 로봇이 작업을 대신 맡았다. 포스코DX는 포트에서 카메라로 수집한 드로스의 모양을 화상인식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물질 제거 작업을 자동화했다. 서신욱 포스코 광양도금부 차장은 “관리자 한 명 외엔 작업자가 없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4도금공장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포스코 풀필먼트센터(PF센터)에도 AI를 적용 중이다. 지난 4월 준공된 PF센터는 수만 가지 자재를 관리하는 시설이다. 주문과 보관, 포장, 배송, 회수 등의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한다. 연면적이 축구장 7개와 맞먹는 5만㎡에 달하는 매머드급 시설이지만 관리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웨어러블 스캐너를 착용한 검수 요원이 입고된 자재를 3차원(3D) 체적 측정 장비로 옮기는 게 시작이다. 부피를 측정한 자재들은 대·중·소로 분류돼 롤러 컨베이어를 타고 저장구역으로 향한다. 아파트 10층 규모인 높이 28.5m의 입체자동화창고는 로봇의 영토다. 스태커 크레인과 AGV(무인운반 로봇)가 셀을 오가며 자재를 실어 나른다.포스코DX와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에 AI·로봇 기술 등을 융합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숙련된 장인의 영역이던 제철 공정에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상무)은 “정보통신기술(ICT)로 로봇의 고부가가치 역량을 확보하는 데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DX는 장기적으로 스마트팩토리와 솔루션을 외부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은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가 2024년 3546억달러에서 2029년 5643억8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광양=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