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키오시아, 18개월 만에 감산 마침표…'낸드의 봄' 왔나

100% 가동률로 수익 극대화
생산라인 전환엔 6조원 투자

삼성·하이닉스는 '신중 모드'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낸드플래시 세계 3위인 일본 키오시아가 18개월 만에 감산을 종료하고 가동률을 100%로 올렸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불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섣부른 생산량 확대란 지적도 나온다.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하면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장 1, 2위 업체는 회복세가 뚜렷한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을 늘리며 신중하게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키오시아는 최근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6세대 구형 제품 중심인 생산 라인을 8·9세대 첨단 제품으로 전환하는 투자도 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약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오시아는 2022년 9월 요카이치·기타카미 공장 생산량을 약 30%로 줄인다고 발표한 뒤 그해 10월부터 현재까지 18개월 연속 감산을 이어왔다.

키오시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낸드플래시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제품별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최대 28% 올랐다. 2022년 하반기부터 1년6개월 넘게 이어진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어서다. 감산으로 재고가 줄고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수요처가 생긴 영향이 크다.키오시아는 지난해에만 4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 이번 업황 회복기에 이익을 늘리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 중인 키오시아는 올해 무조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생산량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스마트폰·PC가 본격 출시되고 있지만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주문량은 급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수요를 YMTC 같은 현지 낸드플래시 업체가 빨아들이고 있는 점도 스마트폰·PC용 라인 확대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낸드플래시 업체 관계자는 “수요 회복세가 뚜렷한 기업 서버·데이터센터용 SSD(낸드플래시로 만드는 데이터 저장 장치) 라인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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