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해도 손배소 원천차단…더 독해진 노조법 개정안

손배소 제한 조항 무더기 추가
노조 가입 허용하는 근로자에
특고·플랫폼노동자 등도 포함
'노조 만들면 근로자 추정' 조항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노동조합 불법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방어권인 손해배상청구권을 무력화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야당이 21대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막힌 기존 개정안보다 더 강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새로 발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사관계를 파탄시킬 수 있는 전례가 없는 악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본지 6월 3일자 A6면 참조

사용자 손배소 청구 원천 무력화

이용우 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인이 공동 대표발의자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 등 국회의원 87명도 이름을 올렸다.
새로 발의한 법안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3조에 7개 조항을 무더기로 신설한 것이 특징이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이 법(노조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야당 의원들은 3조에서 노조법 문구를 ‘헌법에 의한’ 것으로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단체교섭, 쟁의행위를 넘어 다른 노조 활동도 면책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불법 활동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개념 정의가 어려운 헌법으로 면책 대상을 따지면 ‘귀에 걸면 귀걸이’와 같은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3조에 새롭게 추가된 3항은 이번 개정안의 최대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사용자는 노동조합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 이외에 근로자 개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불법 노조 활동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개별 노조원이 아니라 노조 단체에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다. 노조원 개인이 손배소 책임에서 벗어나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가 더욱 횡행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외에도 ‘노동조합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손배소 청구 불가’ 등의 조항을 대거 추가했다.

“근로자·사용자·노조 개념 완전히 훼손”

노조법 2조 개정안은 노조를 가입·결성할 수 있는 대상의 범주를 대폭 확대했다. 기존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2조2호)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엔 더 나아가 ‘근로자 정의’(2조1호) 개정에 방점을 뒀다. 현행 근로자 정의는 ‘기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된다. 개정안엔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해고자 등의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였던 노조법 2조 4호 라목은 삭제했다. 해당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포함하도록 개정했다는 설명이다. 경제계는 근로자의 범위를 넓힐수록 단체교섭 대상이 확대돼 노사 갈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헌법과 노조법이 상정하는 근로자·사용자·노조 개념을 완전히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