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지구 더 열받게 했다"…기록적 폭염 '주범' 봤더니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2020년 IMO의 선박 연료 황 배출 규제
대기 중 열 가속화시켜 "의외의 주범?"

초 극한 기후의 시대 도래
"이젠 지구온난화 아닌 지구이상화"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사진=TASS
캐나다에서 1년 넘게 계속된 산불, 두바이를 마비시킨 홍수, 인도 뉴델리를 덮친 치명적인 폭염. 올해 상반기는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기후가 모든 대륙에서 재앙을 초래했다.이번주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열돔(Heat Dome) 아래서 더위에 시달릴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미국 대부분 지역의 대도시에서 기온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38도를 넘어설 전망이다. 체감 온도는 40도 이상이다.

미국 6천명에 폭염주의보 발령…'지구이상화'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18일(현지시간) "열돔 현상에 따라 주말까지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미 전역의 6000만 명 이상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국가의 최대 예상 강수량 추정치를 대대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플로리다 주 일대가 500~10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의 강수량 피해를 입은 지 2주차에 접어들면서다. 미국 남부의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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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가 개정을 권고한 최대 예상 강수량 추정치는 미국 내 각종 인프라 개발 및 유지보수 사업에 지침을 제공한다. 국가 기간산업인 인프라 사업이 '물 폭탄'으로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침은 1999년 이후로 전국적으로 업데이트된 바 없다. 일부 주의 경우에는 6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잇단 홍수 피해로 1만6000개 이상의 댐과 50개의 노후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가 위험에 처하자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날 함께 발표된 보고서는 현대 기후 모델링을 사용해 분석을 업데이트하고 지구온난화를 추적하는 방법을 반영하고 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존 닐슨-갬몬 텍사스A&M대학교 교수는 "초 극한 기상(Super-Wild Weather)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텍 대학교의 캐서린 헤이호 교수는 "이제 날씨는 마치 주사위를 굴렸을 때 1~6 사이의 숫자가 아닌 갑자기 7이나 8이 나오는 예측 불가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며 "지구온난화보다는 지구이상화(global weirding)가 더 적합한 용어가 됐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개최 파리, '1400명 인명 피해' 열파에 노출

지난해 전 세계 온도는 온실가스 오염으로 인해 산업혁명 이전보다 1.3도 더 뜨거워졌다. 올해 5월 지구 평균 기온은 15.91도로 역사상 가장 더웠다. 해양 온도는 1년 넘게 매일 새로운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이상 강우와 우박, 폭풍, 예상치 못한 한파를 초래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6월 초 기온이 지난해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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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이상 기온에서 핵심 지표는 열과 관련된 가뭄, 홍수, 산불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는 화재 위험이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다. 이집트는 이달 초 기온계가 51도를 찍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에리히 피셔 기후 과학자는 미국 NAS가 국가 최대 예상 강수량 추정치를 관리하는 것처럼 열에 대해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21년 서부 북미대륙을 강타한 열파를 예측했다. 당시 불볕 더위는 1400여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그의 연구팀은 작년에 또 다른 열파 가능성이 감지되는 곳들을 식별했다. 해당 목록에는 내달 말부터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프랑스 파리가 포함돼 있다. 피셔는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날씨가 이제 여러 면에서 가능해졌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첫 5개월을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 중 하나로 끝날 것이 확실해졌다"며 "2023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60% 이상"이라고 전했다.

친환경 규제했더니…지구가 더 열받았다

올해 상반기 동안 기온을 높이고 극단적인 기후 현상 증가시킨 부분적인 원인은 엘니뇨(El Niño)가 있다. 이는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을 가열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5월 네이처엔 "환경 규제가 역설적으로 지구를 더 열받게 했다"는 티안리 위안 미국 메릴랜드대학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게재됐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연료에 황 함량을 규제했다. 황은 건강에는 해롭지만, 대기 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존재하면서 햇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해 대기를 냉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오염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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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재해가 인재와 결합되면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한다. 올해 2월 텍사스를 강타한 고온이 전선 불꽃을 일으켜 주 역사상 가장 큰 산불로 이어진 게 대표적이다. 극단적인 이상 기후는 전력망에서 항공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4월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후 피해는 2049년까지 글로벌 경제에 연간 38조 달러의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싱가포르의 듀크-국립의과대학의 렌조 긴토 부교수는 "극단 기후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주로 즉각적인 인명 위험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여러 극한 기상 현상의 시대에 덜 반응적이고 더 예측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 뉴델리에 기반을 둔 기후 컨설팅 회사 IRAD의 로히트 마고트라 부국장은 "기후 적응은 기후 완화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