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 남들보다 70만원 싸게 산 비결이…" 관심 폭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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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도 손해 볼 순 없어"…뛰는 기업 위에 나는 소비자"어쩐지 같은 제품도 가격이 매번 다르더니…어떤 건 수십만원씩 차이 나던데요."
가격 변동 추이 분석 앱 인기
'다이내믹 프라이싱' 제도 대응
"가격 정보 공개 투명성 갖춰야"
50대 주부 이모 씨는 동네 문화센터 그림 교실을 함께 다니는 지인을 통해 '폴센트'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알게 됐다. 쿠팡 속 특정 상품의 판매 페이지를 앱에 저장해두면, 실시간으로 가격 변동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이 씨는 "앱을 알게 된 이후 몇 달간 고민하던 건조기를 쿠팡으로 107만원에 구매했다"며 "같은 제품인데 가격이 하루에도 102만~118만원 사이를 오르내리더라"고 말했다. 이어 "앱을 알기 전에는 '같은 제품은 가격도 똑같겠거니'라고 생각하고 장을 봤는데 가격 변동 폭이 생각보다 너무 컸다"며 "그동안 비싼 줄도 모르고 물건을 막 산 것 같아 손해를 본 기분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에선 실시간으로 가격을 바꾸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제도를 적용하는 추세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란 소비자들의 플랫폼 내 소비 패턴과 선호도, 경쟁 상품 상황, 수요와 공급량 등의 변수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분석해 알아서 '잘 팔릴만한 값'으로 제품 가격을 바꾸는 마케팅 전략의 일종이다.
쿠팡,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과 외국의 아마존, 에어비앤비, 스카이스캐너 등이 AI 기술을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있다.국내 소비자에겐 항공권 판매 플랫폼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이 친숙하다. 한번 항공권을 검색하면 최저가가 갑자기 안 보이거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이 전략이다. 해당 목적지로 가는 수요를 웹사이트가 인지하고, 값을 올리는 것이다. 일물일가(一物一價)라는 전통적인 가격 관념을 깨는 방식이다.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칫 동일 제품을 남들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남들보다 비싸게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제품별로 가격 변화 추이를 분석할 수 있는 앱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폴센트·콕콕·호시탐탐·지니알림·역대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앱들은 제품별 가격 변동 폭을 그래프로 제공한다. 카드 혜택이 있거나, 최근 1개월·최근 3개월간 최저가를 기록했을 때 알림이 울린다. '제품 구매 적기'를 알려주는 셈이다.19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격 추이 확인 앱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폴센트의 올해 5월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7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2만7163명 대비 559.45%나 증가했다. 신규 앱 설치 건수 또한 5월 기준 5만9450건으로 전년 동기 7728건 대비 669.28% 늘었다.
앱을 통해 확인해보니 실제로 가격 변동 폭이 하루 새 70만원까지 벌어진 제품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4K QLED TV의 가격은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398만원에서 468만원 사이를 오갔다. 이외 건조기 등 다른 가전도 10만원 이상의 가격 변동이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제품의 경우 구매 후기에 "어제 ○○만원에 샀는데 후기 쓰려고 들어오니 ○○만원으로 내렸다", "가격이 일주일 새 ○만원이나 떨어졌다. 왜 내가 살 때만 비싸냐" 등의 볼멘소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다이내믹 프라이싱 제도와 관련,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동일 제품을 기준으로 판매자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 소비자 혜택이 크다"는 설명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이내믹 프라이싱 제도가 소비자의 피로도를 올리고, 이커머스 플랫폼의 신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변동 폭이 지나치게 크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되레 소비를 꺼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격 변동 추이 앱의 인기 자체가 소비자들이 다이내믹 프라이싱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한다"면서 "마케팅 전략이라 하더라도 상한가나 하한가를 공개하는 등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