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유럽 ESS 공습…K배터리 "신기술로 승부"

獨 인터배터리 유럽 개막

AI 산업 폭발로 ESS 수요 늘어
中·日은 연합군 만들어 도전장

ESS 배터리 점유율 꺾이는 韓
LG엔솔, 주택용 제품으로 맞불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략 세워
중국 화웨이는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EES 전시회’에서 1개 홀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대규모 부스를 차렸다. 유럽 각국에서 온 바이어와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뮌헨=성상훈 기자
“이름난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죄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뛰어들고 있네요. 중국 화웨이(통신장비업체)와 일본 옴론(의료기기업체)이 유럽 전시회에 대대적으로 부스를 차린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19일 독일 뮌헨에서 연 ‘인터배터리 유럽’을 찾은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기업 중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행사장 바로 맞은편에 문을 연 ‘EES(Electrical Energy Storage) 전시회’를 둘러본 직후였다. 김 대표는 “화웨이, 옴론은 그동안 유럽에선 볼 수 없던 기업들”이라며 “ESS 수요가 늘어나자 주력 시장인 유럽을 뚫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총집결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연합군 꾸린 中·日 기업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주춤해진 배터리 기업들이 ESS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핵심 전장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에 따라 발전용·가정용 ESS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유럽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새로 설치된 ESS는 23GWh로 전년(9GWh)보다 156% 늘었다. 북미(38%), 중국(47%)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업계에선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2035년 ESS 시장 규모가 800억달러(약 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건 중국 기업들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의 수입 관세를 7.5%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화웨이는 18개 홀로 구성된 EES 전시장 중 한 홀의 절반을 빌려 대규모 부스를 차렸다. 화웨이는 CATL, 비야디(BYD)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아 ESS로 제작한다. 이날 전시장에선 ESS 제품에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을 붙인 ‘오아시스’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부스에서 만난 화웨이 관계자는 “최소한 ‘가성비’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했다.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덕분이다.

일본도 ‘연합군’을 꾸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옴론은 ESS에 적용되는 고전압 장치 등만 제조하지만 앞으론 ESS와 솔루션도 만들 계획이다. 옴론은 일본 업체인 파나소닉 배터리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하는 K배터리

5년 전만 해도 ESS는 한국 기업의 텃밭이었다. 당시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의 LFP 배터리에 밀려 10% 아래로 떨어졌다. 인터배터리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에서 이런 걱정이 읽혔다. 한 업체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보다 더 커질 ESS 시장에도 ‘중국 공습’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국내 기업들은 신제품으로 맞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저렴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주택용 ESS 제품인 ‘엔블록E’를 공개했다. 전력 수요에 따라 배터리 팩을 손쉽게 갈아 끼울 수 있도록 한 게 강점이다. 설치도 쉽다. 가정주부도 15분이면 설치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경쟁하기로 했다. 에너지 밀도를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37% 끌어올린 ESS 제품 ‘SBB(삼성배터리박스) 1.5’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2026년부터는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뮌헨=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