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얼차려 사망' 훈련병 용산 분향소 추모 행렬

"씩씩했던 우리 애 돌려달라"…훈련병 유족 진상규명 촉구
"이렇게 씩씩했던 애가 군대 가서 9일 만에 죽었어요. 애만 돌려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
지난달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육군 12사단 박모 훈련병의 추모 분향소가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 앞에 마련됐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입영식 당일 아들이 자신을 업고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제가 지금은 살이 빠졌지만 (이때) 56㎏가 넘었었는데 이렇게 씩씩하게 절 업었다"며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한참 쓰다듬었다. 옆에 서 있던 박 훈련병의 아버지는 손수건을 꼭 쥔 채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박 훈련병과 함께 입대했던 동료들의 수료식이 열렸던 이날 오전 11시에 차려진 용산역 앞 분향소는 오후 7시께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 80여명은 분향소 앞부터 용산역 계단 앞까지 국화꽃 한 송이를 손에 든 채 줄을 섰다. 헌화를 마친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방명록은 분향소 한켠을 빼곡히 채웠다.

"억울한 일이 많겠지만 그곳에서라도 평안하게 지내세요", "미안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합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유가족은 이날 오후 6시 15분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을 직접 맞았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등 이곳을 방문한 정치인들에게 "경찰이 가해자 편인지 피해자 편인지 모르겠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부탁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하는 시민을 꼭 끌어안고 토닥이기도 했다.

헌화 전부터 눈물을 보였던 직장인 박소윤(37)씨는 "군대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시대에도 그런 가혹행위가 이뤄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부모님이 너무 아프고 힘드실 것 같다.

처벌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서 억울함이 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대 복귀 전에 추모하기 위해 왔다는 한 상병은 "정말 안타깝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윗분들이 좀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왔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방명록을 썼다"며 얼굴을 붉혔다.
박 훈련병 어머니의 지인이라는 이모(51)씨는 "애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봤었다.

너무 귀엽고 다정한 친구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 마음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군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군인권센터에서 마련한 용산역 앞 분향소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