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재료로 미묘한 차이를 내다… 예화랑 3인전 '美妙'

서울 강남구 예화랑
박현주, 윤종주, 이환권 3인전 ‘미묘’
재료에 대한 고민은 작가의 숙명이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재료를 실험하고 연구한다.

지금, 서울 강남구 예화랑에서는 재료에 대한 고민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기 싫어하는 세 명의 작가가 전시를 열고 있다. 회화 작가 박현주와 윤종주 그리고 조각가 이환권의 기획전 ‘미묘(美妙)다. 예화랑 1층에 들어서면 박현주의 대형 캔버스 작업이 관객을 맞이한다. 박현주가 쓰는 캔버스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아사 천 위에 바탕작업을 한다. 몇 번이나 약품을 거듭해 바르면 천은 마치 수성지처럼 변한다. 물과 물감을 잘 빨아들여 색이 번지듯 선명히 표현된다. 마치 한지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박현주가 바탕 작업에 몰두한 건 그가 가진 작업 철학 때문이다. 그는 "바탕작업이 회화의 60% 이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물을 뱉어내는 기성 캔버스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수제 캔버스만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준비된 천 위에 바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검게 바탕색을 모두 칠해버리는 것도 그가 하고 있는 특별한 실험 중 하나다. 암흑에서 시작해 그 위에 색 물감을 올린다. 검은 바탕 위에도 색이 잘 표현되는데, 그가 쓰는 물감에 그 비결이 있다. 물감이 되기 전의 분말과 접착제를 섞어 수제 물감을 만든다. 색을 올릴 때도 붓으로 칠하는 대신 스프레이나 천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색을 캔버스 위에 접착하듯 붙여 쌓는다.
2층에는 윤종주의 회화가 놓였다. 그는 어떠한 형태도 그려넣지 않고 오직 색채 하나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색이 쌓이며 만들어내는 색들을 계속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색채를 구현하기 위해 수년을 색깔 연구에 골몰했다. 그리곤 반투명한 액체에 아크릴 물감을 섞는 자신만의 재료를 창조했다. 수제 물감은 건조돼야만 그 색이 드러나기 때문에 작가도 끝까지 완성품을 알 수 없다. 색이 마르면 그 위에 또 색을 얹어 원하는 색이 나올때까지 이 작업을 반복한다.
윤종주는 붓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작가다. 액체를 캔버스에 올리고 기울이면서 그라데이션을 넣는다. 물감이 마르면 표면을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적게는 20번에서 많게는 30번까지 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최소 한 달이 걸리는 이유다. 말리는 동안 벌레가 앉거나 먼지가 묻으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균질함을 위해 작업 환경까지 통제한다. 회화 작품들과 어우러진 것은 착시 조각을 하는 작가 이환권의 작품이다. 사람을 표현했지만 모두 외계인처럼 그 비율이 이상하다. 모든 인물을 위, 아래로 길고 얇게 늘렸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왜곡된 현실을 마치 진실로 믿고 살아가는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의도다.
그는 보통 금속 조각가들처럼 주물로 먼저 작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쓰는 건 플라스틱이다. 먼저 3D 프린터와 플라스틱으로 형태를 잡은 뒤 그 위에 브론즈를 씌운다. 왜곡된 인물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몇 번의 실험을 거듭한 결과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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