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대전' 쿠팡, F1 독점중계…티빙은 메시 띄운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스포츠 경기별 중계 경쟁 본격화
쿠팡플레이, F1 볼거리 집중 공세
티빙은 '쿠플 텃밭' 축구에 손 뻗어
스포츠, 고정 이용층 확보 효과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독점 생중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만으로 차별화하기 힘들다고 판단, 분야별 스포츠 콘텐츠를 앞세워 다투는 모양새다.

◆쿠팡플레이, F1 마니아 집중 공략

쿠팡플레이는 오는 22일부터 3주 연속으로 ‘포뮬러원(F1) 유럽 그랑프리’를 독점 생중계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이 경기는 스페인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영국에서 3주간 열린다. ‘걸어 다니는 F1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윤재수 해설위원과 안형진 캐스터가 해설을 맡는다.국내에서 F1을 중계하는 OTT는 쿠팡플레이가 유일하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부터 F1 중계를 전담하며 국내 F1 팬층을 끌어모았다. 쿠팡플레이 측은 “중계 20분 전 ‘프리뷰쇼’에서 윤 해설위원이 그랑프리별 역사와 특징, 관전 포인트를 제공한다”며 “보다 깊이 있게 F1을 즐길 수 있다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는 오는 9월 ‘F1 싱가포르 그랑프리’ 현장 생중계도 계획하고 있다. 8월 이탈리아, 12월 아부다비에서 각각 열릴 그랑프리에 대해선 현장 리포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역대 F1 중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의 현장 방문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 중계 왜 신경 쓰나

업계에선 쿠팡플레이가 최근 스포츠 콘텐츠 차별화에 부쩍 더 힘을 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도전자’ 티빙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티빙은 지난 3월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따낸 뒤 스포츠 분야에 공들이고 있다.그동안 스포츠 중계 분야는 쿠팡플레이의 텃밭으로 통했다. 별다른 경쟁 상대가 없었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후발주자로 OTT에 발을 들이면서 축구를 중심으로 스포츠 중계를 특화했다. 티빙, 웨이브 등이 드라마, 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한 것과 달랐다. 쿠팡플레이에선 VNL(배구), 데이비스 컵(테니스), 원 챔피언십(격투기), 마스터스(골프) 등도 다룬다.

이들이 스포츠 콘텐츠로 경쟁하는 것은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에서다. 스포츠 경기는 고정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시청자가 유지된다.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안정적으로 모을 기회인 셈이다. 애플TV도 지난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 리그 사커(MLS)의 독점 스트리밍 권한을 얻어 ‘메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스포츠는 중계권료 자체는 높지만, 일단 구매하면 시즌을 통째로 활용할 수 있다. 중계 인력과 해설진 구성을 제외하면 인건비도 적게 든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는 연출자, 작가, 배우 등을 섭외하고 제작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며 “스포츠는 가성비 좋은 효자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티빙, 야구 이어 축구 중계도

티빙은 올해 KBO를 시작으로 스포츠 콘텐츠 반경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티빙은 오는 21일 조별리그 A조 1차전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4 코파 아메리카’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회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마지막 국제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우루과이를 제치고 최다 우승국이 될 수 있다.
티빙은 구독자 77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이스타 TV’의 이주헌 해설위원과 박종윤 캐스터를 비롯해 김환, 박용식, 김오성, 한재윤, 김민구 등 화려한 중계진을 구성했다.

티빙 안팎에선 이번 생중계 성패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축구 생중계는 쿠팡플레이의 전문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 라리가, 리그1 등 다양한 축구 경기를 제공하며 입지를 쌓아왔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