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사물과 공간은 목적에 적합한 스케일-규모를 가진다. 이는 무엇보다 사용성의 문제와 연관되어 늘 쓰던 책상의 높이가 2cm만 높아져도 우리는 바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일상적 장면들의 시각적 익숙함 또한 여기에서부터 형성된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The Listening Room>은 이러한 스케일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방 안을 커다란 사과가 꽉 채우고 있는 그림을 보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이 그림을 보고 당혹감이라는 감정을 느낄 것이고, 이 당혹감은 당연히 사과의 크기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초현실'적인 현상은 익숙한 사물의 스케일 변화만으로도 쉽게 가능해진다.
르네 마그리트 <The Listening Room>(1952) / 이미지 출처.WikiArt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장난감이라 할 수 있는 레고는 손가락 마디만 한 작은 블록을 기본 단위로 가진다. 이것을 하나하나 쌓아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행위가 많은 이들에게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는 건축적 행위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레고를 가지고 놀아본 사람들은 작은 블록을 쌓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상을 했을 것이고, 그 블록들이 상상 속에서는 실제 벽돌과 다르지 않음을 알 것이다. 만약 블록들이 실제 크기만 했다면 레고를 장난감이라고 하거나, 이것을 쌓는 행위를 단순히 놀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레고가 정말로 실제 세계의 스케일로 나타난다면 어떨까.덴마크의 작은 마을 빌룬(Billund)은 레고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으로 레고 본사, 생산공장, 레고랜드 등이 위치한, 레고의 생산부터 경험까지 모두 가능한 곳이다.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레고에 고용되어 있으며 레고가 창출하는 관광 효과는 지역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 이곳에 2017년 들어선 '레고하우스'는 레고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을 건물의 외관에서부터 방문객들에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