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실험 따라하다 현대 색채학 발전에 공헌한 괴테 [서평]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박주용 지음
동아시아
340쪽|1만9800원
Getty Images Bank
과학은 암기 과목이 아니다. 문제 풀이도 아니다. 공식을 외워 정해진 답만 찾아선 과학의 재미와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과학 공부의 매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썼다.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과학과 문화가 접하는 지점에서 인간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빛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달랐다. 빛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했다. 17세기 사람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을 통과한 흰빛이 일곱 가지 무지개색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보고 빛은 알갱이라고 생각했다. 무지개색이 바로 빛을 이루는 7개의 알갱이라고 봤다.
뉴턴 같은 과학자만 과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명한 독일 소설가 요한 볼프강 괴테는 뉴턴의 <옵틱스>를 읽고 직접 실험했다. 그 결과 뉴턴의 무지개는 아주 특별한 조건에서만 성립하며 ‘흰빛이 일곱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 나아가 마젠타 등 다양한 색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괴테의 연구는 색채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는 조티프 터너의 <빛과 색>이란 그림이 있다. 괴테 연구에 영감을 받은 그림이다. 박 교수는 “괴테의 색상 고리는 오늘날에도 프리즘 기반 색상 합성, 유채색의 그림 생성 등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조지프 터너 '빛과 색'.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소장
음악도 과학과 관련이 있다. 요즘 듣는 디지털 음원은 모두 0과 1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방법은 파동의 높이를 0(소리 없음)에서부터 6만5535(제일 큰 소리)까지 6만5536개의 눈금을 가진 자로 측정해 1초에 4만4100번 기록하는 것이다. 6만5535은 2의 16제곱, 즉 16비트이기에 1초에 약 70만개의 비트가 기록된다. 1시간 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은 약 30억개의 비트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테레오로 만들려면 그 2배인 약 60억 비트가 필요하다. 저자는 프랙탈과 파리의 에펠탑을, 르네상스의 원근법을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컴퓨터 그래픽과 연결 짓는다. 그가 보기엔 과학과 문화는 관련 없이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다. 베이지안 확률, 엔트로피, 양자역학, 생성형 인공지능(AI)도 예술이나 철학과 통한다. 하나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을 때,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창의성도 생겨난다. 책은 이를 말해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