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 근로자 정년 폐지한 한전…전력망 확충도 속도 내야

한국전력이 송·변전 근로자의 기능 자격 연령 제한을 폐지하기로 해 주목된다. 한전은 배전 분야에선 이미 2020년 연령 제한을 폐지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한전이 발주하는 송·변전, 배전 현장에선 숙련 근로자들이 건강과 체력이 허용하는 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전기 근로자의 정년이 사라진 것이다. 관련 분야의 기능인력 부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도 반갑지만 특히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와 초고령사회를 맞는 시점에 한전이 새로운 일자리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한전의 설명대로 노화 속도와 건강 상태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이가 아니라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건강한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괄적인 정년 연장은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기업이 필요와 여건에 맞춰 고용 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기업에 ‘65세까지 고용’ 노력 의무를 부여하면서도 계속고용(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게 했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던 송·변전 근로자의 정년 폐지를 계기로 부족한 국가 전력망 확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경기 용인 일대에 622조원을 들여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송·배전망 미비로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이다. 반도체 라인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송·배전망 건설은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대로 가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은 동해안의 신규 원전과 서해안의 풍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도 필요한 곳에 보낼 방법이 없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제대로 첫발도 못 떼고 있는 22대 국회지만 원 구성 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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