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출연연구소, 국가 연구 중심으로 거듭나야

대형 연구서 업적 쌓은 출연硏
규제 혁파·자율성 확대로 도약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근의 기술환경은 빠른 변화와 경계 소멸을 특징으로 한다. 전방위적 기술 융합이 이뤄지고, 예상치 못한 신기술들이 출현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관련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분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런 시점에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연연은 정부가 출연한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안정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장기간의 기술 축적이 가능하고 산·학이 수행하기 어려운 국가적 대형 임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DRAM 반도체 개발, 누리호 발사 등 한국 과학기술 혁신의 순간에는 출연연이 함께했다.다른 한편으론 출연연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리 위주의 운영체계, 기관 간 칸막이식 운영 등으로 인해 기술환경 변화에 능동적·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출연연이 낡은 규제와 운영체계로 인해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더 늦지 않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필요가 있다. 출연연의 강점과 역량은 높이면서 불필요한 규제는 혁파해야 할 것이다. 이달 초 선정된 5개의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은 이런 변화와 혁신의 첫걸음이다. 전략연구단은 하나의 임무 목표를 위해 관련된 모든 출연연이 기관 간 칸막이를 낮추고 원팀이 돼 그간 분산돼 있던 연구 역량을 결집한 국가대표 연구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대형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자 한다.

앞으로 정부는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 확대와 더불어 출연연이 국가 연구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연구 현장의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바탕으로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할 것이다.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제고해 기술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동적 연구환경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기술 간 경계를 뛰어넘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런 방향에서 출연연의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 중이며, 조만간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연연이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는 산학연 협력의 허브이자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가대표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올해가 출연연이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변혁의 원년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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