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캠페인인 바이바이 플라스틱 챌린지는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수장들이 참여하며 다방면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실제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경ESG] 이슈 - 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서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면세점 업계와 '일회용품 및 유통완충재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바이바이 플라스틱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카카오뱅크 CEO, 우리은행장, 조폐공사장, 의정부시장, 단양군수. ‘바이바이 플라스틱 챌린지’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은 물론 대기업 및 금융권 수장들도 줄줄이 바이바이 플라스틱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영부인마저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Bye Bye Plastic bags’이라고 적힌 에코백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바이바이 플라스틱은 2023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생활 속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안녕(바이바이) 하며 양손을 흔드는 동작을 사진 촬영하거나 동작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실천하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하면 챌린지에 동참한 것으로 간주된다.

참여한 사람이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기에 지속적으로 캠페인이 확산될 수 있었다. 환경 부문에서 이 같은 챌린지가 성공한 것은 드문 사례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처음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임이자 국회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지목하면서 챌린지가 널리 퍼져나갔다.

바이바이 플라스틱 실천 수칙은 10가지다. ▲장 볼 때 장바구니 이용하기 ▲신선식품 주문할 땐 다회용 보랭 백 이용하기 ▲물티슈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줄이기 ▲포장이 많은 제품 사지 않기 ▲중고 제품이나 재활용 제품 이용하기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 사용하기 ▲배달 주문할 때 안 쓰는 플라스틱 받지 않기 ▲불필요한 비닐 쓰지 않기 ▲포장 없는 리필 가게 이용하기 ▲내가 쓴 제품은 분리배출까지 책임지기 등이다. 이 모든 수칙의 방점은 ‘다회용 사용하기’에 찍혀 있다. 일상에서 일회용품, 즉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다. 바이바이 플라스틱 챌린지 이전에 시작한 ‘1회용품 0제로 챌린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는 지난해 2월 27일 환경부에서 시작한 일상생활 속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이다. 한 손은 숫자 1, 한 손은 숫자 0을 상징하는 모양을 만들어 SNS에 게시한 뒤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캠페인이다. 최근에는 LG전자 사장,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모두 플라스틱과 이별을 고하는 생활 속 결심을 내포하고 있다.
영부인이 든 바이바이 플라스틱 에코백. 사진=한경DB
플라스틱과 ‘진짜’ 헤어지려면

그런데 플라스틱에 진짜 안녕을 고할 수 있을까? 유엔이 정한 지난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퇴치(Beat Plastic Pollution)’였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지난해 6월 OECD에서 발간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시나리오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4억6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양은 10% 미만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 일회용품이 36%를 차지하고, 매년 약 1900만∼2300만 톤이 호수, 강, 바다로 흘러 들어가 오염을 일으킨다. 지금 같은 추세로 플라스틱을 생산·소비하다 보면 그 양이 점점 늘어 2060년에는 지금보다 3배 많은 양인 12억3000만 톤을 사용하고, 이 중 10억1400만 톤이 플라스틱 폐기물로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구를 병들게 하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국가 간 규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에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는 2024년까지 총 다섯 차례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를 통해 법적 구속력을 지닌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플라스틱 관련 논의가 해양 플라스틱이나 플라스틱 누출에 한정되었다면, 육상에서의 플라스틱 오염을 포함한 데다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를 다루기로 한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는 11월 다섯 번째 정부간협상위원회가 개최되는 무대는 바로 부산이다. 과연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지금까지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에서 4차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큰 상황이다. 폐기 단계에서 재활용 강화, 미세 플라스틱 규제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플라스틱 생산 단계와 제품 설계 단계에서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플라스틱 생산국과 소비국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생산국 그룹은 플라스틱 감산 등 생산 단계 규제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규제가 도입되면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목표 연도 수립이나 전 주기적 대응 포함 여부도 국가별로 다르다. 선진국 그룹은 2040 목표 연도를 주장하고 있으나 후발생산국 그룹은 반대하는 등 진통이 여전하다. 후발 그룹은 국제적 공동 목표 수립보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같은 국가별 목표 수립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협약이 프레온가스 사용 금지로 오존층 파괴를 막았던 교토 프로토콜처럼 강력한 규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와 함께 1~4차 협상까지 지지부진함에 따른 아쉬움 섞인 눈빛도 모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이 진짜 플라스틱과 제대로 이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형섭 환경부 국제협력단장은 “협상 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생산 단계의 규제”라며 “(구체적) 연도까지 목표를 줄여가기 어렵기 때문에 다운스트림(마지막 단계), 미드스트림(중간 단계)에서부터 업스트림(생산 단계)을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뒤 “앞으로 5차 협상 개최국인 우리 정부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실행 가능한 협약 제정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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