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 김기태 "소설을 쓰면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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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김기태(사진·39)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다. 2년 전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젊은작가상과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고 '이 계절의 소설', '올해의 문제소설' 등에도 선정됐다. 그는 최근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발표했다.
낮엔 직장인, 밤엔 소설가
"현실도 충분히 문학적일 수 있어"
"제대로 된 소설 한 편 남기고파"
소설집에 실린 단편소설 아홉 편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와 주변에서 한 번쯤 본 듯한 평범한 인물을 담고 있다. '롤링 선더 러브'는 일반인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이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보편 교양'과 '세상 모든 바다'는 각각 공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아이돌 팬 문화를 다룬다. 그밖에 작품 속에선 대중가요와 인터넷 유행어 등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김 작가는 생활인으로서 일상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으로부터 소설적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역도가 주요 소재인 <무겁고 높은>은 역도 마니아인 개인 취향이 남겼고, <롤링 선더 러브>는 TV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애청자라 자연스럽게 소재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나치게 현실적인 건 문학적이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현실과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의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성질을 소설적으로 충실하게 구현하면 얼마든지 문학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가 소설을 통해 그리고 싶은 건 마치 버스 정류장이나 공항처럼 붐비는 세상이다. 그는 "다양한 정체성과 직업, 국적의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것처럼, 불균질함과 혼종성을 가진 세계를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싶다"며 "소설집의 표제작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로 정한 것도 '인터내셔널'이란 단어가 경계를 횡단해 뒤섞이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김 작가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 글을 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문득 '이렇게 그럭저럭 살다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다. 김 작가는 "소설을 쓰면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쓴다는 행위가 인생의 허무와 권태를 덜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장편에 집중해 3년 안에 완성하는 게 목표"라며 "소설가로서 단편이나 장편을 불문하고 제대로 된 한 편을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