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 물가, OECD 통계 1위"…송미령에 재반박한 한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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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내용에 대해 재반박하면서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로 한은 물가동향팀과 함께 이번 보고서를 썼다.
OECD도 "한국 식료품 값 56% 높다"
이중 신뢰도가 높은 ICP와 PWT를 전체 물가지수를 평가하는 데 이용했다. 다만 두 지수는 품목별 세분화가 되지 않아 품목별로 분석할 때는 340여개 품목의 자료가 있는 EIU 데이터를 썼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EIU지수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ICP지수와의 정합성을 분석했고, 두 지수가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ICP로 평가한 한국의 식료품 물가수준은 OECD 평균보다 56% 높았다. 38개국 중 1위에 해당했다.
송 장관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데이터를 언급하며 "38개국 중 19위"라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물가지수의 크기로는 국가별 물가수준을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FAO의 데이터는 각국의 특정시점 대비 물가변화를 지수화한 것이다. 송 장관이 언급한 순위는 2015년 대비 2022년의 물가지수다. 특정 기간동안 물가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이 지수의 크기로 국가간 물가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A국의 사과 가격이 2015년 1000원에서 2022년 1500원으로 오르고, B국에선 같은 기간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을 경우 2022년의 물가지수(2015=100)는 두 국가 모두 150으로 같게 나온다. 이 지수로는 실제 물가수준이 B국에서 2배 높다는 것을 파악할 수 없다.
'총요소생산성', 산업간 비교 불가능
농업의 생산성을 노동생산성으로 평가한 것을 두고 송 장관이 "경제학자들은 총요소생산성을 쓴다"고 한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생산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볼 때 총요소생산성은 절대적인 숫자를 산업별로 비교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21년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 간 관계 분석' 논문을 쓴 생산성 전문가다.개방도 지표를 '수입량'이 아닌 '교역량' 기준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교수는 "교역량은 수출과 수입을 모두 보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가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느냐는 점을 볼 때는 수입의 정도가 더 중요하다"며 "그렇게 쓴 경제학 논문이 많다"고 했다.
이 교수는 "농식품부 장관이 농업 보호를 위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국민에게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